매일신문

야고부-뉴햄프셔의 돌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 압승, 미 전역이 떠들썩 하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유권자의 정치수준과 참여의식이 높은데다 자동차로 2시간이면 전지역을 모두 다닐 수 있을만큼 선거구가 좁기때문에 민심의 향방을 읽기 쉽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미 대선(大選)의 풍향계로 받아들이고 각 진영의 후보들이 전력투구 하는 것도 이 때문. ▲뉴햄프셔 예선에서 승리해야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미국 대선전의 불문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같다. 실제로 지난 50여년동안 뉴햄프셔 예선에서 패배하고도 당선된 사람은 92년의 빌 클린턴 대통령 뿐이었다. 그나마 클린턴은 당시 예선에서 승리한 폴 송가스 상원의원을 근소하게 따라잡은 '강력한' 2위여서 '사실상의 승리자'였다는 평가이고 보면 뉴햄프셔 예선의 권위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조직과 선거자금 모두가 조시 부시에 비해 엄청나게 열세인 매케인이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강직함과 진실성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구호를 내세운 가운데 월남전 당시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었던 아버지에게 매달리지 않고 당당하게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고 했다. 또 적군에 붙잡혀 포로생활을 하는동안 월맹측이 매케인에게 조기 석방하겠다고 했지만 "포로가 된 날짜 순서대로 석방하라"고 의연하게 대처, 5년6개월의 포로생활을 감내했다며 자신의 강직함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때 아닌 매케인 돌풍에 당황한 부시진영은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까지 내세워 찬조 연설을 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되레 '아버지의 후광을 기대하는 유약한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완패한 것이다. ▲부시의 선거자금이 6천만달러인 반면 매케인의 남아있는 자금은 20만달러-부시 진영의 하루치 선거자금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처럼 조직과 돈이 엄청나게 부족한 매케인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리라는 전망은 아직 없다. 그러나 강직함과 진실성 하나만으로 대선 가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국 정치의 활력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유권자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만은 분명 높이 평가할만하다 할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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