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도 사람사는 곳 도시풍 생활은 당연

경주를 종종 찾는 대구의 대학생이다. 경주에 갈 때마다 천년 신라의 향수가 사라지는 듯 하여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지난 31일 매일신문 5면에 실린 송복 칼럼 '경주여, 경주여'는 편견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송복 교수는 신라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지도 않았는데 왜 경주에 아파트가 그리 많은지, 자동차와 아스팔트길, 전신주는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며 경주에 셔틀버스와 마차 등만 다니게 하고 아파트를 허물고 한옥만 지으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경주 사는 사람들은 옛 신라의 유적지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파트에 살지도 못하고 마차 타고 다녀야 하나? 경주 사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 사람들이 누리는 당연한 문화생활도 죄다 포기해야만 하는가?

서울에서 아래에 있는 경주를 내려다 보고 이래라 저래라 얘기해서는 안된다. 경주 시민도 다른 도시 사람들처럼 편한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

서울을 조선의 도읍지라는 이유로 똑같은 제안을 한다면 송복 교수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문제는 그간의 근시안적인 도시행정이다. 물론 경주는 기와집이나 유적지의 보호에 나름대로 신경은 썼지만, 아파트 부지의 경우 특정 지역에만 좀 더 제한적으로 할 수도 있었고 호텔 부지에 대해서는 전통식으로 짓도록 권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라 유적지의 올바른 보존을 위한 제안은 좋지만 경주 시민을 좀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한다. 천년 신라의 유적지인 경주도 엄연히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박태영(beowulf@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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