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 앞둔 한나라 계파 지도

이회창 총재의 '공천개혁'은 한나라당의 계파지도를 바꾸고 있다.

비주류 중진들은 이 총재의 공천구상을 3당 합당과 통합민주당과의 합당 등을 거치면서 복잡해진 당내 역학구도를 단숨에 뒤바꿔 놓겠다는 폭탄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회창계로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공천권 행사를 통해 한나라당 의석의 절반정도를 확보, 총선 직후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물론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굳히려는 계산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132명의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이 총재계'는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정규 부총재와 하순봉 사무총장 등 35명 정도다. 물론 원외위원장을 포함하면 80여명에 이른다. 이 총재 측은 40% 정도의 공천물갈이를 통해 기존의 당내 역학구도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한국의 야당 정치사가 계보정치라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가장 두드러진 한나라당의 계파 변화는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선, 총재경선을 겪으면서 당내 최대 계파였던 김윤환 전부총재계의 상당수가 이회창계로 흡수당한 것이다. 이 총재의 핵심 참모인 양 부총재와 하 총장, 신경식 특보단장은 모두 김전부총재계였다. 이제 김 전부총재계는 박희태·김진재·김태호 의원 등 15명 남짓 밖에 없다. 민정계의 한 축을 이뤘던 '이한동계'는 와해돼 버렸고 안상수·박세환 의원 등 민주계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적잖은 초·재선 의원 그룹의 상당수도 이회창계로 편입됐다.

경선 당시 30여명에 달했던 김덕룡 부총재계도 세 잠식을 당해 현역의원은 6, 7명에 불과하다.

한 때 최대 계파였던 '범민주계'는 부산·경남지역의 중진의원을 포함, 10여명 이상이 이번 공천에서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 구심점도 없어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 신상우 부의장과 김정수 의원 등은 공천마저 불안하고 박관용 부총재는 진작부터 이 총재 쪽에 섰다. 서청원 전 총장만이 민주계의 차세대 주자로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밖에 지난 대선때 합당한 이기택 전 대행계는 최소한의 통합지분을 지켜내기에도 벅차다. 이 총재의 공천실험이 성공하게 될 지 주목된다.

徐明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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