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리(510㎞)를 마음놓고 달리던 낙동강은 바다와 만나기 직전 거대한 장벽에 부딪혀 갈 길을 잃고 만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과 강서구 명지동을 가로지르는 총길이 2천230m에 이르는 낙동강 하구둑이 앞을 가로 막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는 원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해역을 이뤄 수많은 종의 어패류가 살고 있었으나 하구둑이 이들의 사이를 갈라놓고 난후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뱀장어와 숭어, 전어 등 기수해역에 서식하는 어류 11종이 하구둑 건설후 자취를 감췄다.
95년 9월 중순에는 낙동강 상류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하구둑 수문을 모두 개방했을 당시 민물고기인 누치 수천마리가 바다로 흘러들었다가 수문이 닫히는 바람에 낙동강으로 돌아가지 못해 집단 폐사한 사건도 있었다.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수산물로 꼽히던 재첩과 바지락, 굴 등 연체동물도 하구언 건설을 전후해 63종에서 31종으로 줄었고 특히 게와 새우 등 갑각류는 138종에서 50종으로 감소했다.
어패류의 감소로 주변 26개 어촌 가운데 절반 가량은 어로활동이 불가능해졌다.또 거대한 인공호수는 대기중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낙동강 하구언 주변의 안개발생 일수가 건설전보다 35%가량 늘어 김해공항의 잦은 결항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하구둑은 지난 87년 11월 수자원공사의 전신인 산업기지개발공사가 바닷물 역류에 따른 염해를 방지하고 부산.경남지역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목적으로 착공, 4년만에 완공했다.
당시 산업기지개발공사는 하구둑을 건설하면 갈수기에 하구로부터 44㎞나 떨어진 삼랑진까지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아 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물금취수장의 취수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고 1만5천㏊에 달하는 김해평야의 절반가량인 6천㏊의 염해로 인한 농사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이를 터무니 없는 논리라고 지적하고 하구언을 건설할 경우 낙동강의 부영양화를 가속화시켜 천혜의 자연환경이 무참히 파괴될 것이라고 반대했었다.
고 원종훈(元鐘勳) 당시 수산대(현 부경대) 교수는 안동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물금취수장의 염분농도가 연간 10일 정도 상수원 수질 허용기준인 150ppm을 초과했지만 안동댐이 준공된 후인 지난 77년 5월부터 78년 4월 사이에는 한번도 이 기준을 초과한 적이 없다며 산업기지개발공사의 주장이 허구임을 지적했다.
역류된 바닷물 때문에 수많은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산업기지개발공사의 주장 역시 김해농지개량조합에 염분농도 때문에 농사피해를 입었다고 보고된 것이 단 1건도 없어 사실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같은 반대에도 하구둑 공사는 강행돼 지난 87년말 그 모습을 드러냈고 준공한지 1년도 안된 88년 6월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나타났다우용태(禹龍泰) 경성대 교수는 "환경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겠지만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하구언 수문을 허물고 교량역할만 남겨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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