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형(天刑)''20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일명 에이즈·AIDS). 인간은 과연 언제쯤 이 병을 정복할 수 있을까.
세계 기초의학 내지 생명공학계의 관심은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천형의 사슬을 풀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21세기 벽두, 이 인류의 숙제는 "국내 연구팀에 의해 에이즈가 정복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청신호와 함께 눈앞의 현실로 다가섰다. 그 주인공이 바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성영철(成永喆·44)교수팀(이안휘 박사, 서유석 박사과정).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에이즈 DNA 백신 개발'발표 이후 성교수는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국내외 에이즈 환자들의 "나를 실험용으로 써달라"라는 절박한 전화에서부터 "투자 및 연구비를 지원할테니 함께 신약을 개발하자"는 유혹(?)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마디로 "에이즈 환자를 상대로 한 임상실험을 마치고 완전한 DNA 백신약이 개발될 때까지 다른 생각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해왔다.
성교수는 사실 지난해말 자신이 개발한 에이즈 DNA 백신으로 동물실험을 한 독일 영장류 동물센터의 결과를 통보받고 한동안 믿을 수 없었다. 실험대상 원숭이는 사람과 면역작용이 가장 흡사한 마카큐 원숭이였다.
"혹시 실험용 원숭이가 유전적으로 특이한 것은 아닌지 또는 자연 면역 효과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돼 몇번이가 되물어 보았죠. 하지만 독일 연구소측은 '10년간 에이즈 백신 실험을 했지만 한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정말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에이즈 백신 연구는 지난 14년간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시도됐지만 '약독화(弱毒化) 생(生)백신'방법외에는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원숭이 실험에 성공한 약독화 생백신은 어린 원숭이에서 에이즈를 일으키기 때문에 안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성교수의 에이즈 백신 개발 성공뒤에는 그의 타고난 도전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81년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8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89년 하버드대 의대에서 병리학 연구원으로 박사후 과정(post-doc)을 끝내고 90년 포항공대 교수로 부임, 그때부터 C형 간염 백신 연구에 매달렸다.
연구 시작 1년반만에 C형 간염 진단제를 개발, 동아제약에 15년간 순매출액의 3%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시켜 줬고 그해 그는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에서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성교수가 에이즈 DNA 백신을 개발한 것은 2년 전. 생쥐에서 면역 시험을 마치고 독일 영장류 동물센터의 훈스만 박사에 원숭이 실험을 의뢰했다.
훈스만 박사는 원숭이 11마리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에 들어갔다. 성교수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원숭이들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하자 모두 감염돼 에이즈에 걸렸다. 하지만 DNA 백신을 맞은 원숭이는 처음 감염후 4~20주내에 바이러스가 모두 제거되고 면역기능 저하 지표가 되는 T림파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등 백신의 에이즈 예방 및 치료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DNA 백신을 접종한 원숭이에게 보통 실험 때보다 10배나 많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투입했다"며 "그렇게 많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했는데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은 DNA 백신이 면역을 유도하고 바이러스 제거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 예방 백신 뿐만 아니라 치료용으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에이즈 바이러스는 워낙 영악해 끊임없이 전술을 바꿔가며 인간의 면역력을 파괴시킵니다. 게릴라식으로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기도 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상태가 호전됐다 싶으면 또다시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지요"
한편 성교수가 개발한 에이즈 DNA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안전성을 인정했다. 또 순수 DNA만으로 제조된 것이어서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도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어 3~5년 정도면 예방 및 치료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성교수는 곧 동아제약과 함께 에이즈 보균자 200명이상을 관리하고 있는 프랑스 라이넥병원에서 임상실험을 할 계획이다. 또 에이즈 백신 후속 개발연구에는 (주)제넥신(성교수와 대학원생등 20여명으로 만든 포항공대 벤처기업)과 동아제약이 공동 참여키로 했는데, 제넥신은 인체투여에 적합한 형태로 백신을 다시 설계하고 동아제약은 백신을 대량 생산-정제하여 임상용 시료를 제조한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3천400만명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으며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어 2005년에는 약3억명에 이를 전망이라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9월말 현재 에이즈 감염자는 1천명 이상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5천~3만명에 이를것으로 알려져 백신개발시 국내 시장 매출규모만도 3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성교수는 "솔직히 이번 에이즈 백신 개발은 C형 간염 백신 연구중 얻어진 의외의 결과라는 감도 없지 않다"며 "앞으로 본 연구업무인 C형 간염 백신 연구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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