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 총선 변수 (2)사이버세대 표심

"풀뿌리 민주주의는 인터넷에 맡겨 주세요."

이번 총선을 앞두고 20대의 젊은이 10여명이'이모크라시(www.emocracy.co.kr)'라는 인터넷 선거감시단을 만들어 부정선거 현장 고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20, 30대 대부분이 정치에 냉소적인 게 안타까웠다"면서 "우리가 무관심하면 누가 정치를 바꾸겠느냐. 인터넷은 돈 들이지 않고 직업 정치인과 일반 유권자를 이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이 냉소적이던 젊은 층을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등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구는 700만명을 넘어섰고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이 올 연말까지는 인터넷폰의 등장으로 2천800만명 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사이버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연히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한 '사이버 정치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 은 4·13 총선의 향배를 결정할 주요 변수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낙천, 낙선운동에 나섬에 따라 사이버 정치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자 시민연대의 홈페이지(www.ngokorea.org)에 수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이 되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부적격자 명단 발표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한 자민련의 홈페이지에는 다수의 비난과 소수의 격려 메일 등이 폭주하면서 접속장애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이처럼 사이버 세대들은 현실세계와 달리 사이버 세상에서는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한나라당의 홈페이지(www.hannara.co.kr)가 해킹을 당하는 바람에 각 당이 보안망 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그만큼 정치판에 인터넷과 PC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정당과 후보자 및 유권자를 직접 연결해 주고 있는 인터넷은 특히 정치적 무관심 내지 동면상태이던 사이버 세대를 일깨우고 있다.

사이버 정치는 시민운동과 더불어 정치혁명의 양대 축을 형성할 전망이다. 인터넷에서 불기 시작한 정치적인 관심고조는 심지어 '인터넷 한국당'의 창당까지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여야 각 당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사이버 대변인'을 임명하고 사이버 유세단을 확대 운영하기로 하는 등 사이버 세대 공략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 세대의 투표성향과 사이버 선거운동의 영향력이 이번 선거에서 최대변수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 30대는 그동안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무관심층이었고 비참여 세대였다. 그러나 후보자의 거리유세와 유인물 배포 등 과거의 선거운동을 도외시하던 이들도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들의 홍보와 정치적인 의사표시에는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낙천, 낙선운동이 사이버 세대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킨 것이다.이에 더해 통신개혁실천연합 등 PC통신과 인터넷에서 사이버여론을 주도해 온 15개 네티즌 단체들이 3일 '총선통신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이미 네티즌 사이에 선거혁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네티즌이 희망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임을 보여 주겠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국회의원이나 출마예상자들도 경쟁적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 사이버 세대의 욕구 충족에 나서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의원은 대구·경북지역 10여명을 비롯 15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한 사이버 세대의 선거혁명은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총선의 새로운 흐름은 되겠지만 이들을 컴퓨터 앞에서 투표장으로 직접 이끌 수 있을 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뜨겁게 달아오른 사이버 세계의 정치활동이 실제 표로 연결되지 않고 허수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밖에 통신망을 통한 사전선거운동이 활개를 치는 역기능도 적지 않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온갖 정보에 대한 여과장치가 없다는 점 때문에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면서 선거분위기를 오히려 혼탁하게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이버 정치를 통한 선거문화의 변화가 새 천년 들어 처음 치러지는 총선에서 또 하나의 정치실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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