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부터 뇌사(腦死)가 공식 인정됨에 따라 그동안 민간단체나 병원이 맡아왔던 장기 이식을 정부가 떠맡게 돼 불법상태에서 행해졌던 장기 이식의 합법화는 물론이고 뇌사자 장기 배분에서도 효율성과 공정성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뇌사 인정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뇌사자나 그 가족의 입장에서는 생물학적인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와 기대감, 정신적·물질적 부담을 떨칠 수 있고 더 이상 치유 불가능한 말기 장기 부전증 환자 입장에서는 이식을 받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장기 이식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이 장기적출 과정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장기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 9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동차 사고로 두뇌 손상을 입은 22세 청년이 의사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아 장기 이식 수술 시행 직전 생환한 것을 예로 들며 극히 소수에서는 뇌사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장기 이식을 수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질병 치유를 통한 '새 생명의 창조'라지만 뇌사자에 의한 장기 이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우선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조직 적합성 등이 맞는 뇌사장기가 나타나더라도 수천만원의 수술비와 수술후 월 수백만원의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지방 의료기관들의 이식수술 능력 부족으로 인한 장기이식 대기자의 서울행 가속화로 특정지역 환자만 수혜를 받는다는 우려도 있다.
아무튼 지난 1969년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이 최초로 시작된 이래 30여년만에 합법화된 뇌사자 장기적출 및 이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명체'를 다룬다는 견지에서 뇌사 판정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신선한 장기 적출을 위한 응급출동 장비 확보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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