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시형칼럼(성균관대 의대 교수·정신과)

증권 열풍이다. 결국은 후회한다는데 왜 이리들 열광할까. 우선 여기서 냉철해져야 한다. 열풍의 밑바닥 심리가 무엇일까 늘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증권의 경제적 측면보다 심리적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심리도 작용한다.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표현이 걸맞다. 하지만 실제로 주식을 하는 사람은 10%밖에 안된다는 사실이다. 모두 하는데 내가 안하면 마치 불출이나 되는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일부사람만 몸이 달아 있다는 사실이다.

증권을 해야 떼돈을 번다는 것도 착각이다. 벌었다는 사람보다 밑졌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최근 보고에서 드러났다. 계속 주가는 오르기만 하는데 손해봤다는 사람이 더 많다니 잘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인지 본전만 찾으면 그만 두겠다는 사람이 30%나 된다고 한다. 그다음 증권심리의 함정은 올라도 후회, 내려도 후회한다는 사실이다. 오르면 안팔고 기다릴 껄, 내리면 그때 팔껄 하고 후회한다. 그러니 증권하면 언제나 후회뿐이란 이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시작할까. 어느쪽이던 아까워 잠이 안온다.

오랜 경험이 있는 증권전문가의 결론은 '주가는 누구도 예측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단순 명쾌한 결론을 증권하는 사람들이 알고나 있을까. 증권회사 직원의 그럴 듯한 설명에 사기로, 혹은 팔기로 결심하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다음 정말 중대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자기 생각엔 투자라고 하지만 실은 현재 우리나라 주식은 투기 아니면 도박심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거의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개미군단으로 총칭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도박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세계에서 제일 빠른 거래 전환율, 그리고 가장 등락이 심한 주가 변동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도박 심리는 간단하다. 한판만 대박이 터지면 까짓 지금까지 손해쯤 문제 없다. 그리고 실제론 신문에서도 열배가 되었느니 심지어 100배로 뛰었다는 보도도 있고 보면 그런 기대가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빚을 내서라도 한판만 더 해볼 수밖에 없다. 급하면 공금유용도 하고 그리고는 결국 영창신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신문엔 번 사람 이야기만 나오지 손해본 사람 기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신과 창구엔 증권 도박의 희생자들이 어두운 얼굴로 나타난다. 완전히 가산이 탕진된 경우도 있다. 증시가 호황인데도 이런데 언젠가 폭락이 되는날 우울증 환자로 정신과 창구가 붐빈다. 떨어지는 주가와 함께 창문으로 투신 낙하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요즈음 증시 열풍으로 보아 언젠가 이런 끔찍한 날이 닥칠까 걱정이다. 이게 정신과의사의 소심증이요 기우에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바닥권 우리 경제가 이만큼 소생한것도 주식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이글을 쓰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열기를 식히고 장기투자를 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즈음 주식은 우리 한국인의 조급성, 냄비기질 그대로다. 한탕주의에 빠져있는것도 똑같다. 모든 투자가 그러하지만 특히 주식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있다. 도박 요소가 없지 않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증시는 아무래도 이상과열이다. 착한 개미군단이 실망의 늪에 허우적거리게 될까 걱정이어서 그렇다.

끝으로 우리의 취약점이 또 하나있다. 쉽게 번돈 쉽게 쓴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갑자기 떼돈을 번 50명의 연구에서 대개는 알코올, 약물중독, 이혼, 불면에 시달리고 불과 몇명만이 괜찮다는 보고다.

벌어도 걱정, 잃어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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