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도 사랑' 다시 불붙이자-(4)생태계

절해의 고도 독도는 아득한 옛날부터 울릉도 토착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오가던 곳. 그러나 지난 52년 1월 평화선이 선포된 이래 일본의 영유권 억지주장이 시작되면서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민간인의 입도승인을 통제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독도에 대한 연구는 극도로 제한됐다. 독도의 생태계와 해저 광물자원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 활동까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학자들의 독도 연구는 이 때문에 문헌을 근거로 우리의 영토임을 강조하는 역사 연구에만 치중돼 왔다. 이 결과 독도는 제대로 연구되고 알려지기도 전에 무분별한 시설과 과보호로 파괴되고 있다.

독도는 수심 2천m 이상 되는 해저에서 화산의 분출로 형성된 화산도. 분화구는 동도에 있고 분화구 일부는 해면밑으로 트여 바닷물이 흘러들고 동.서도에는 평균 높이 10m의 해식동굴(전장 250m) 13개가 형성돼 절경을 이룬다.

화성암으로 형성된 섬은 지형상으로는 초장년기 내지 장년기의 화산지형이고 섬전체가 동굴, 해암으로 이뤄져 하천이나 평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지하수는 서도의 서편 해안(물골) 암산 구열부 하단에서 1일 360ℓ의 물이 유출되고 있으나 소금기가 강하다. 지난 96년 8월 농어촌진흥공사 조사팀(이기철등 2명)이 지표및 지질구조를 조사한 결과 독도의 지하수 부존량은 1일 1천100~1천200ℓ 가량으로 동도엔 100~200ℓ, 서도엔 1천ℓ 정도의 지하수를 기대할 수 있는 수맥이 발견됐다.

조사팀은 지하용수의 부존량이 적어 경제성은 없으나 동해안 출어 어민들의 조업이 집결되는 곳인데다 국제해양법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독도거주민 및 어민들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도의 생물상은 지난 95년 8월 한국자연보존협회를 중심으로 국내학자 80여명이 울릉도, 독도 생태계를 동시에 연구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조사는 여름철 하루 오전부터 일몰 때까지 한정된 8시간 동안 단시간에 한해 동도에서만 조사가 행해졌다. 서도에 대해 지금까지 국내 학회에서 종합적으로 실시한 생태계 조사는 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정부의 지원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국내 생태학자들이 조사발표한 각종 학술조사보고서를 간추려 보면 독도의 식물은 31과 50속 69종 6변종으로 모두 75종류. 이 가운데 질경이 털머위등 20여종이 멸종하고 현재 생존 가능한 식물은 50종류에 불과하다. 그마저 목본에 속하는 식물이 적고 대부분이 초본류에 속하는 해안식물이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생성역사가 짧아 식물상의 성숙에 소요되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못한데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종의 침입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생태학)는 "당시 학술조사단에 편성돼 접안시설 해안변쪽 낭떠러지에서 자라는 독도자생 본목 섬괴불 나무 30년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섬괴불 나무는 지구상에서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 독도에 나무가 살 수 있다는 것은 섬으로서의 가치 기능이 형성되고 있다고 김교수는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독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나무는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 동도에는 명아주(1년생 초본)와 전국 각지의 텃밭에서 흔히 자라는 쇠비름이 대량으로 자생하고 있다. 이는 새 배설물의 영향이거나 나무심기 등 독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간섭이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독도에는 현재 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난 73년부터 94년도까지 울릉군민들의 독도 유인도화 운동이 시작되면서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모임회' 회원 50여명 (회장 이예균) 등 지역단체들이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서도에 울릉도 향토수종 1만1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결과 현재 500여 그루의 동백나무, 섬보리장, 섬괴불, 향나무, 사철나무, 후박나무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도 상단부에는 지난 90년 울릉경찰서가 옮겨심은 소나무 30여그루가 생장해 푸른 독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독도의 조류상 역시 80년대 이후 97년까지 4회에 걸친 학계의 조사 보고가 있었으나 연중 불과 며칠에 걸친 조사로 단편적인 결과만 알려져 있을 뿐 연구의 한계점을 지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교원대 김수일 교수(생물학)의 조류 조사 결과, 독도 서식 조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딱새 방울새를 포함한 26종. 괭이갈매기는 대집단을 이뤄 서식하고 있다. 바다제비도 동해안에서는 이례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희귀조류의 일종인 슴새(깍새)도 상당수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서식지 내 조류에 대한 한계수용력, 종구성 변화등 생태학적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해조류는 남조류 5종, 홍조류 67종, 갈조류 22종, 녹조류 12종, 피자식물 1종 등 모두 107종이 채집됐다. 수직분포로 보면 파래류-작은 구슬산호망-서실류-돌디크티오프테리스-꼬마모자반의 순이며 대황이 바다밑 바닥에 큰 해중림을 이루고 있고 해조류 번식지는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돼 있다.

곤충은 7목 26과 37종이 채집돼 소개됐으며 현재 땅에서 서식하고 있는 동물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량 서식해온 강치는 일본인의 마구잡이 사냥과 48년 미군기 연습폭격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들어 몇마리씩 보이고 있다.

어류는 미기록종 어종 2종을 포함해 모두 25과 58종으로 독도주변 해역에는 파랑돔 자리돔 동갈돔등 아열대 어종들의 무리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다섯줄얼게비늘과 청황베도라치는 한국 미기록종이다.

독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섬이다. 정복석 울릉군 해양농정과장은 "우리 어민들이 독도 근처 어장에서만 연간 3천여억원의 직접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간접수익을 포함하면 4천여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려왔다"고 말했다.

청정수역으로 어자원 보고인 독도는 이 보다 해저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 어선의 휴식처, 관광지 등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부존자원 조사 등은 접근의 한계성, 정부의 소극성 등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독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기초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체계적인 개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도주변 어장의 연간 어획고는 단순 수치에 불과하다. 독도는 어업 자체의 경제성 뿐만 아니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조상들이 이 땅을 악착같이 지켜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울릉.許榮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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