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 봄을 맞아 집안을 장식할 그림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미술애호가 사이버씨.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만큼 큰 부담없이 소장할 수 있는 판화 작품을 염두에 둔 그는 야근을 마친후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귀가해 인터넷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사씨처럼 미술품 구입에 큰 돈을 지출할 여유가 없는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 미술품 경매 사이트. 이미 경매 회원등록을 마친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점찍은 사씨는 다른 입찰자들이 제시한 작품 가격을 살펴본 후 자신의 응찰가를 적어 넣었다. 이제 남은 일은 입찰 마감일, 미리 봐둔 작품이 자신의 응찰 가격에 낙찰됐는지 확인하는 것뿐.
비록 미래를 상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이버씨처럼 인터넷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일이 일반화되는 것은 그리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
투명한 미술품 유통과 공개적인 가격결정 시스템 정착을 통해 미술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미술품 경매'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접속할 수 있는 있는 '인터넷'의 장점을 '접속'한 인터넷 미술품 경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미술품 전문 경매 사이트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기존 화랑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지난해말 문을 연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경매사이트(www.auctionhouse.co.kr)와 지난달 28일 첫 선을 보인 서울 표갤러리의 옥션아츠 미술품전문 경매사이트(www.auctionarts.co.kr). 미술품 유통시장에서 노하우, 신뢰도와 함께 언제든지 화랑에 나와 실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존 화랑이 운영하는 경매 사이트의 강점.
사이버 갤러리에서 경매까지 실시하고 있는 가나아트센터의 경우 미술관련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표갤러리의 경매 사이트는 국내 최초로 방송인 한젬마씨와 갤러리 대표 표미선씨가 직접 전시장을 찾아 출품작의 제작 배경과 주제 등을 설명하는 화면을 동영상으로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만 존재하며 문화예술품 전문 인터넷 사이버 쇼핑몰을 표방하는 네오 아트몰(www.neoartmall.com)도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이밖에 인터넷을 통해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웹 갤러리들이 가상공간 상에서 잇따라 문을 열면서 경매 코너를 함께 운영할 움직임을 보여 인터넷을 통한 미술품 경매는 한층 활성화될 전망.
전자상거래 시장이 쇼핑몰과 유료정보제공에서 경매로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세계적 추세. 지난해말 설립된 프랑스의 인터넷 경매업체 나트컴(www.nart.com)이 피카소.르누아르 등 3백여점의 고가미술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경매를 실시하면서 소더비·크리스티 등 전통적인 경매업체들을 위협해 화제를 낳기도 했었다.
인터넷 경매의 활성화가 미술 시장에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술품은 다른 인터넷 쇼핑몰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것이 사실.
이에따라 업체들이 신진 작가들을 대거 발굴, 저가 작품을 많이 내놓음으로써 가격에 대한 네티즌들의 부담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작품 검증이 마무리된 대가급 원로들의 초고가 작품을 내놓는 전략을 구사해 인터넷 경매 시장이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것.
표갤러리의 인터넷 경매 담당자 박숙희씨는 "경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이윤보다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경매 사이트를 개설했다"면서 "개설후 닷새만에 3백여명의 회원이 가입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인터넷 경매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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