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계 동향이 심상찮다. IMF 극복과정에서 빚어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부작용으로 경기회복이 오히려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 보다 '절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4·13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경제적 요구가 정치투쟁과 연계될 것이 확실시 돼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노사관계의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신노사문화 정착'을 올해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신 노사문화의 필요성 WTO체제의 구축에 따른 시장개방과 급격한 정보화는 일류만이 생존할 수 있는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착취 또는 무한투쟁만으로는 누구도 '실익'을 챙길수 없게 된 것이다. 노사간 비생산적 갈등은 시장퇴출(부도·폐업 등)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사현실은 여전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노사분규에 인한 근로손실일수(근로자 1천명당)는 지난 90년 409.8일에서 94년 120.7일, 96년 68.5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96년 일본 0.8일, 미국 43.7일, 독일 3.1일에 비해 크게 높다.
또 노사관련 국가경쟁력(99년 IMD 보고서)은 47개국 중 기업경영(42위) 노사관계(46위) 삶의 질(38위) 근로자 동기유발(36위) 등 모두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지난해 각종 외국전문기관의 평가 역시 크게 긍정적이지 않다. 국가경쟁력(스위스 IMD) 47개국 중 38위, 경제자유도(미 헤리티지재단) 150개국중 27위, 투명성지수(독 TI) 85개국중 43위, 국가위험도(영 유러머니) 180개국 중 34위, 공직자행태(홍콩PERC) A12개국 중 A12위로 나타났다.
△지역기업 우수사례 분석 99노사협력 우량기업으로 선발된 지역 11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모두 '투명한 경영'과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노동자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사관계를 보이고 있었다.
(주)대건산업은 84년 설립이후 노조간부의 주요결정 참여와 꾸준한 시설투자, 품질고급화 노력으로 건실한 성장을 해오면서 근로자 복지향상에도 적극 노력해 '학자금' 및 '차량유지비' 지원, '각종 노사간 모임' 등을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왔다. 이같은 신뢰가 IMF 경제위기 이후 노조 스스로 임금 3% 삭감, 상여금 135% 반납을 결정했고 회사는 고용안정 보장으로 화답했다. (주)대건산업은 지난해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
20년 넘게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는 평화오일씰공업주식회사의 사례도 비슷하다. 정기적 노사협의를 통해 경영성과와 실적 등 경영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력과 화합을 다져온 평화오일씰은 사내복지기금을 마련, 대학생 자녀 학자금 전액지원 등 각종 복지정책을 실행해 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임금(20%)·상여금(300%)·경비(30%) 삭감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무려 연인원 1천200명에 대해 고용유지훈련을 실시했지만 화합의 틀을 유지하며 해고없이 위기를 넘겼다. 지난해 각종 임금의 원상회복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있다.
△현장에서 본 노사화합의 걸림돌 지역노동자들은 노사화합의 가장 큰 장애로 기업주의 노동조합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를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탄압과 공작의 대상'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원만한 노사관계가 성립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정림(36) 민주노총 대구본부 의장은 "사업주가 스스로 '시혜자'로 자처하며 노동자를 '머슴'으로 부리려는 잘못된 생각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며 "노조활동의 비합리성·과격성 등을 비판하지만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업주에 대해 강경투쟁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영세섬유업체가 많아 경영현실과 노동자의 욕구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도 지역 노사관계 불안의 근본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구남부노동사무소 안국중(40) 근로감독과장은 "경영책임자가 현장 근로자와 함께하며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업장과 달리 근로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고압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에서 주로 분규가 빚어진다"고 말했다
노조측면에 대해 안 과장은 "노조집행부의 리더십이 부족해 외부지원에 의존하거나 노조내부 갈등이 심한 곳에서 노사관계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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