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혼탁선거 심각하다

정치개혁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공명선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공명선거만이 민의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돈이나 권력으로 표(票)를 사거나 가져와서는 절대로 민의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얼마전 서영훈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덕담 대신 "이번 총선은 절대적으로 공명선거가 돼야 하며 그것이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띤다. 특히 김 추기경은 대통령에게도 "이번 총선에서는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데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라고 지적 한 적도 있다. 이러한 성직자의 충고는 바로 지금의 상황이 공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인 것이다.

김성훈 농림장관은 OK농정이라는 홍보자료를 160만부나 전국에 배포하였다가 선관위로부터 배포중지의 협조요청을 받았다. 이는 사실상의 경고이다. 이러한 일이 농림장관 뿐인가. 각종 선심정책이나 여당측 인사에 대한 공기업에 대한 인사도 사실상의 선거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시정보고회 등을 통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다. 이렇게 신관권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관(官)까지 나선다면 공명선거는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잖아도 선거는 갈수록 돈이 더 들게 돼있다. 왜냐하면 정보화로 인해 각종 설비 및 운영비가 더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한 정치신인의 고백을 들어봐도 인터넷 홈페이지 설치에만 2천만원이 들었으며 관리인원 2~3명에 대한 보수와 통신비 등을 합친다면 신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신인의 등장을 사실상 막는 것이나 다름 없다. 벌써 이번 선거는 과열선거이고 돈선거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등으로 민(民)의 힘이 기세를 올리면서 엉뚱하게도 각종 민원이 옛보다 더욱 설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취직이나 그린벨트 해제등 전통적인 민원에서부터 축구구단 지역유치반대 운동에 이르기까지 신민원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민원 역시 공명선거를 해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사조직 운영등과 같은 전통적인 비용은 기본이고 이외 새로운 물결에 따른 비용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법정선거비용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신관권 운동등으로 선거가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도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모두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