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거법 처리과정에서 자민련이 보여준 강경입장은 여권공조에 대한 시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측이 공동여당의 약속사항을 강조하면서 내걸었던 1인2표제 안을 보기좋게 부결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별 인구상.하한선 문제는 당초 획정위 안대로 9만~35만안에 손을 들어줬다. 그렇지만 이 역시 한나라당이 수정안으로 내놓은 9만~31만안에 대한 검토 결과 전혀 실익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부결시켜 버린 것에 불과하다.
결국 자민련은 이번 선거법 처리과정에서 공동여당의 입장은 전혀 아랑곳 않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인 1표제를 끝까지 관철시켜 그동안 민주당 측에 수도권 연합공천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말끔히 지워버리기도 했다.
여권공조에 대한 자민련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오후 귀국한 김종필 명예총재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날 1인 1표제 고수도 김 명예총재의 지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명예총재는 귀국후 김포공항에서 공조복원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오쩌둥(毛澤東)의 비록'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쩌둥의 비록'은 중국의 모택동이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혁명을 추진했던 과정을 소개한 책으로 JP가 이책을 귀국일성으로 거론한 것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문화혁명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즉 자신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시민단체를 김대중 대통령의 '홍위병'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청와대 측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공조복원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강경기류는 일단 JP가 출국전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여당내 신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특히 총선전략에 도움이 된다는데 기인한다. 당장 당내에서는 "더이상 공조의 '공'자도 연합공천의 '연'자도 꺼내지 말라"는 강경기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청와대, 민주당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마당에 타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그동안 결집했던 충청권이나 보수세력의 표도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자민련 측이 실제로 그동안 빠짐없이 참석해온 당정회의에 불참하는 등 이날 정책공조 파기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강경입장의 하나로 해석된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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