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정일 장편 '보트 하우스'-김현영 소설집 '냉장고'

도발적인 글쓰기로 기존 작법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신세대 작가의 소설에는 '욕망'이라는 공통분모가 녹아 있다. 이들에게 욕망은 젊은 세대의 문화적 경험에 조응하는 상징이자, 욕망의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젊음이라는 또 다른 존재 방식을 탐사하는 소설적 화두가 되기도 한다.

장정일씨의 신작 장편 '보트 하우스'(프레스 21 펴냄)와 김현영씨의 첫 소설집 '냉장고'(문학동네 펴냄)에도 이같은 욕망이 담겨 있다.

'보트 하우스'는 우리 시대의 성적, 물질적 욕망의 뿌리를 추적한 소설이다. 중년의 소설가와 항구로 동행한 열아홉살난 아가씨(이름은 '이주민'이다)는 마치 요술처럼 타자기로 변신한다. 이 타자기로 작가가 쓴 소설은 '죄와 벌'의 전당포 살인사건을 패러다임으로 한 작품이다. 새로 등장한 소설의 주인공은 '애라'라는 이름의 여자다. "카메라는 돈이 안되지만 네 몸은 돈이 된다"는 전당포 영감의 말에 전율하고, 남근 모양의 수석으로 영감을 내려치고 달아난다는 줄거리다.

작가는 한 여성이 타이프라이터로 변형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그 줄거리의 주변에 우리 시대의 성적 욕망의 뿌리를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등장인물을 내세워 창작의 길로 들어서 풍파를 겪었던 자신의 소설론을 피력하고 있다.

작가 장씨는 '더러운 운명을 극복하자'라는 제목의 작가 후기에서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이제까지 발표한 작품들에 대한 자신의 소설관의 정체를 피력하고 있다. 보트 하우스에 대해서도 "어떤 종류의 삶에 대한 나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고백한다.

1997년 문학동네 하계 문예공모를 통해 등단한 김현영씨는 신세대의 감각을 소설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들은 그의 소설에 대해 "감각적인 언어와 상상력이 경쾌하고 발랄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소설속으로 들어가면 간절히 소통을 욕망하는 고독한 젊은이들에 대한 우울한 그림들이 튀어나온다. 이같은 색조에 대해 작가 김영하씨는 "김현영 소설의 키워드는 욕망"이라고 잘라 얘기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뭔가 되고 싶어하고 어딘가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욕망들은 실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무지개와 냉장고 사이, 그 어디쯤에 있다고 말한다.

'냉장고'는 사회적 성장의 통과의례를 거부하는 청년들의 내면 심리를 감각적인 서술방식으로 포착하고 있다.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나르시즘적 연기술과 상호 소통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젊은이들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영원히 늙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의 욕망을 간직하고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간관계를 지향하면서도 소통 부재에 대한 공포와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그런 아이들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TV 등 이들이 친밀하게 접하는 문명의 도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타인과 만나려는 현대인들의 소통 욕구를 암시하는 상징물. 작가는 텅 빈 집에서 홀로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적 유대를 상실한 일상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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