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실상

미국의 한 경찰관은 혼자서 1년에 28명의 강력 범죄자를 붙잡았다고 한다. "아이쿠 경찰이다. 토끼자(튀자)"라고 하는 범죄자의 마음이 그에게는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를 육감(六感)을 타고 난 형사라고 한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오감(五感)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그리고 촉각으로 외부 세계의 모든 것을 느끼며 판단하고 살아간다.

우리 삶 중의 대부분의 판단은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이를 통하여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형편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빛의 범위는 무지개빛에서 보듯이 빨강에서 보라까지이지만, 예술가들은 다양한 색깔이나 살아 움직이는 빛깔의 예술(비디오 아트)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심안(心眼)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이 모든 빛들의 파장은 빨강(0.75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1000mm)에서 보라(0.3마이크로미터)까지이다. 이 지구상에는 빨강빛 이하(적외선)의 많은 빛, 즉 텔레비전의 극초단파(1~3m의 파장)나 라디오의 중단파(200~600m의 파장)가 언제나 우리 위를 덮고 있다. 또한 보라빛 이상(자외선)으로는 X선에서 우주선까지 무수히 많은 빛들이 밤낮으로 지구를 비추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눈으로는 적외선 이하의 빛도 자외선 이상의 빛도 볼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지극히 좁고 유한한 이 빛만을 통하여 삼라만상을 식별하고 사리를 판단하며 이 결과에 따라 진실이라고 믿고 행동하고 있다. 선인(先人)들은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百聞不如一見)고 했지만 보이는 것이 반드시 실상(實像)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보이는 것, 즉 외식(外飾)만으로 남을 절대평가하는 것은 결코 마땅하지 못하다.

호피코트로 판단되기 보다는 인간됨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대에는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

문재덕.경북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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