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육센터 입주부터 '별따기'

"창업보육센터 입주도 백이 우선인 것 같아요"

지난달 동료 3명과 CD롬개발 업체를 창업한 전소연(32.여)씨. 요즘 전씨는 기술력 하나만 믿고 '벤처 기업'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 부설 창업보육센터 몇 곳의 문을 두드렸다.

"요구하는 서류가 많아 지원서 만들기도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는 전씨는 힘들게 서류를 꾸며 제출했지만 가는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탈락 이유는 실적이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

전씨는 "허위 서류를 만들지 않고 창업 단계에 있는 업체가 어떻게 실적을 낼 수가 있느냐"며 "결국 입주를 포기하고 친척 사무실 한켠을 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후배로부터 '학연이나 인맥을 통하면 보육센터에 들어갈수 있다'는 말을 듣고 친분있는 이를 앞세워 입주 신청을 준비중이다.

정부가 벤처기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은 막상 시작 단계인 지역 보육센터 입주부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대구에 수용할 수 있는 벤처업체수는 불과 100여개 정도. 하루에도 몇개씩 생겨나는 신생업체들은 공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 힘들게 자리를 얻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모 대학 보육센터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의 하소연.

"밤샘 작업을 해야하지만 숙식 해결이 어렵고 실적을 요구하는 서류요청이 잦아 번거롭다"며 "다른 업체도 비슷한 고민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테크노파크 배종규 전문위원은 "갓 시작한 벤처를 상대로 입주심사를 한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공간을 대폭 늘리고 이용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한 벤처 육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업 단계를 벗어난 업체가 '벤처 등록'을 하기도 만만치 않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33)씨는 "두달전부터 벤처 등록을 준비했지만 재무제표 등 요구하는 서류가 10여종에 달해 지쳐버렸다"며 "벤처로 지정되면 2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어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다.

이같은 환경탓에 벤처 등록을 대행하는 '브로커'들도 날뛰고 있다.

컨설팅이나 경영자문회사의 명함을 내건 이들이 등록을 대행해주는 조건으로 받는 금액은 100~300만원에 이르며 지역에서만 수십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등록에 필요한 서류는 실제 간단하지만 창업자들이 행정 실무에 어두워 브로커 유혹에 넘어 가기 쉽다"며 "이들이 기업 자문 형식으로 대행료를 받아 단속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정부자금 대출 과정에 개입,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 브로커'들도 벤처기업의 이런 약점을 이용한 경우. 결국 정보나 행정력이 뒤처진 신생 벤처들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이 있더라도 출발부터 고달프다.

벤처기업들은 "자금을 풀고 벤처 빌딩을 짓기 이전에 보육센터나 중기청 등 지역 기관들이 신생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지원을 할수 있는 자세가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朴炳宣.金辰洙.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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