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실세중 한사람은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라고 서정적인 표현을 통해 실세들의 낙천을 시사한 적이 있지만 평소에 몰랐던 쇼킹한 일들이 신문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역시 선거가 바짝 다가선 느낌이다. 비록 그것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든 일회용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이든 서민들의 입초사에 오른 이상엔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김대중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미국 LA에서 시가 40억원이 넘는 호화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 야당의 속칭 'DJ 저격수'로 불리는 이신범(李信範)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현장에 가서 사진까지 찍어 온 이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문제의 호화주택은 태평양연안의 절경을 끼고 있는 팔로스버디스지역에 있으며 대지가 1만332평에 건평이 80평으로 재미사업가 조모씨가 97년 220만달러에 매입, 거액을 들여 수리한 것'이라는 것. 청와대의 대변인은 이에 대해 '20만달러짜리 집을 구입, 계약금을 낸 뒤 한달에 1천500달러씩 은행에 갚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이 의원에게 법적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홍걸씨는 63년생으로 현재 미국 LA의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세상사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만큼 주견을 갖춘 불혹(不惑)의 연배를 앞둔 그가 연유야 어떻든 '의혹'에 휘말리게 된 사실이 본인에겐 억울할 수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고정수입이 없는 학생신분으로 월 1천500달러의 비싼 집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분수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유학생이라면 기숙사에서 공부하면서 백달러짜리 한장을 꼬깃꼬깃 접어서 비상금으로 쓰는 것이 대부분의 생활양태다. '대통령의 아들이니까 처자식 솔권해서 살림집까지 마련하고…'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생겼다. 호화주택 거주여부는 어차피 법정으로까지 갈 태세이고 그렇게 되면 사실여부는 밝혀질 일. 국민들은 그때까지 기다려 볼밖에 달리 수가 없다. 홍걸씨가 서울 이대부고 1학년때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를 연상하고 써둔 일기가 연전 세상에 공개됐을때를 기억하는 세상사람들은 지금 입맛이 쓰다. 자식을 보는 것이 아비만한 눈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아들도 자신들의 아들과 큰 차이 없기를 바란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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