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통령 발언 신중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도쿄방송과의 회견에서 김정일 북한노동당총비서를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은 국민의 가치관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 2일 미국 CNN방송과의 회견에서도 "김 총비서가 당 정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북한 정권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평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견과 판단력이 있다'는 찬양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외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이나 미사일을 만들어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나 동해안이나 서해안에 잠수정이나 군함을 내려보내 우리를 위협하는 행위도 수많은 북한동포들이 굶주리고 있는 데도 몇억 달러를 들여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정책결정도 지도자로서 식견과 판단력이 있는 행동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쁨조나 거느리고 술파티나 벌이는 영화광'으로만 아는 편향적 견해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평화와 안정을 깨는 지도자를 식견이 있다고 한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관련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역시 국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했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안법이 아직은 살아있는 데도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발언을 했다. 물론 통치권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는 있다. 문제는 법에 저촉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에 있다. 앞서가는 대통령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법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으로 볼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국민들이 대통령도 법을 안지키는 데 하며 우긴다면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준법정신에 문제가 생길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흑자를 낸 기업에 대해 빈곤구제를 하라는 권유를 한 적이 있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은 바람직 하다. 또 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바람직 하다. 이 결정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유는 바로 강요로 연결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것이 쌓이면 인치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말한마디의 위력이 너무 큰 그런 나라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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