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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사이버 문화)

현대사회의 문화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것이, 대중 문화와 사이버 문화이다. 대중 문화가 대중매체의 출현에 힘입은 것이라면, 사이버 문화는 컴퓨터의 대중적 보급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문화 모두 현대 사회의 문화가 지닌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이 두 문화는 대중이 창조와 향유의 주체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측면을 지니는 한편,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문화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지만 현대 문화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위력을 지닌 것이어서 그것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 통신망,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상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화인 '사이버 펑크'가 창조된다. '사이버 펑크'란, 인공 두뇌학을 뜻하는 사이버네틱스와 반문화적인 개념인 펑크를 합성한 말이다. 펑크는 1970년대 영국에서 태동한, 무정부주의에 근거를 둔 젊은이들이 기성의 것에 대해 분노와 반역의 정신을 내세운 것을 뜻한다.

1990년대의 사이버 펑크족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발달한 통신망을 일상적으로 향유해 온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휴대 전화기, 휴대용 정보 단말기, 스캐너, 비디오 카메라, 인공위성 추적기 등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 컴퓨터 통신망에 매달린다. 그들에게는 가상 공간이야말로 삶의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의 비트족, 1960년대의 히피족이 들끓었던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1990년대에는 사이버 펑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기성 세대에 반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리콘 밸리에 널려 있는 수많은 컴퓨터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문화를 창조하면서 국경의 구분 없는 범세계적인 가상 공화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통신의 세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이버 문화는 개방 분산화와 평등, 자유주의와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즉, 전세계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고 지구촌 곳곳에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어진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감독 기관이나 법적 제재도 없다는 뜻이다. 또, 가상 공간에서는 인종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다. 컴퓨터 통신을 즐기는 사람만이 만끽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도 있다. 이것이 사이버 유토피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이유이다.

하지만 가상 공간에 만들어진 유토피아라고 해도 늘 평온하지만은 않다. 이용자들은 사이버가 문화를 만끽하면서 음담 패설, 포르노그라피, 타인을 음해하는 편지 등을 마음대로 주고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이용자들이 도덕 불감증에 빠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흐려 놓을 수도 있다.

통신을 이용한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겨났다. 상품의 매매를 중계하는 암호 해독 해커나 전문 사기범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묘히 통신망의 추적을 피한다. 경찰로서는 온라인상에 사이버 경찰을 일일이 배치해 검열을 할 수 없어 속수 무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욱 큰 문제점은 아직 이러한 가상 공간의 문화가 주는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이 소수에 불과하며, 이러한 이익을 향유하는 일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누리는 자와 누리지 못하는 자 간의 간격을 더욱더 넓혀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형식의 인간 지배가 다시 탄생할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이버 문화에 현대인이 깊숙이 빠져들면 들수록 좀더 많고 다양한 사람과 접촉할 수 있고 좀더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 너머에 실존하는 세계가 있다 하더라도 가상 공간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이버 문화는 인간과 인간간의 직접적인 의사 소통보다는 간접적인 것을 더욱 추구하도록 만듦으로써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전자의 세계에 의존하다 보면 인간의 사고 능력이 감퇴되고 그로 인한 문제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사이버 문화의 확산은 분명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꾸게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이버 문화의 확산에 의한 사회적 변화는 매우 엄청난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주고 긍정적인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수의 이익이 충돌하는 갈등의 장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문제는 사회적 변화가 미처 우리가 준비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이버 문화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이버 문화에 인간의 판단 능력까지 맡겨 버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인간의 지능과 사이버 문화의 기능이 적절히 결합되어야 사회가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새로운 문화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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