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용기관에 근무하는 미국여성 캐롤라인 셔먼씨는 한국에 온 첫날 거리에서 매우 불쾌한 일을 당했다. 다른 사람이 뱉은 침덩어리가 자신의 신발에 떨어졌던 것. 셔먼씨는 "한국인의 침뱉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거리의 침자국을 보면 속이 메슥거렸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선 불량 청소년들이나 하는 짓을 한국에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는데 대해 외국여성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말 열린 '외국인이 본 한국인과 한국사회'란 심포지엄에선 공중도덕을 비롯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낱낱이 소개됐다. 구로다 가스히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백화점에 가 본 외국인은 한국인들이 사람을 뒤에서 밀치거나 부딪히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진해 나가는 것에 경악한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할 줄 모른다"며 "한국사회엔 전통적 예의도,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매너도 없다"고 비판했다.
발레리 베이사드 한.불친선협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한국인의 공중예절 부재를 지적했다. "한국인은 가게나 지하철에서 부딪힐 때 어떤 사과도 없이 지나치기 일쑤이고 남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도 않더군요" 그는 "한국인들은 가장 무례하고 이기적인 '내가 먼저'라는 원칙 외에는 어느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데니스 프롤리그 한양대 아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얼마 체류하지 않은 방문객들은 복잡한 장소에서의 한국인들의 행동 때문에 반드시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외국인들의 비판에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싶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고 남에 대한 배려의식은 전혀 없다고 비판받을 정도로 우리사회의 공중예절은 실종상태다. 문명화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장 기초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마저 우리는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공중도덕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휴대폰. 휴대폰 보급대수가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이지만 휴대폰 예절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서관이나 병원, 공연장, 극장, 상가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는 사회문제로 등장한지 오래됐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꼴불견을 지하철, 버스 등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휴대폰 예절을 지키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휴대폰 예절은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내버스, 지하철 안에서도 공중예절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비좁은 차안에서 다리를 최대한 넓게 벌리고 앉아있는 사람들, 승객들이 짜증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도 라디오방송이나 음악을 크게 틀어대는 운전기사들, 노인이 옆에 서 있는 것을 외면하고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척 하는 젊은이들. '예절 불감증'을 절감케하는 우리의 모습들이다.
공중예절이 실종되기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다르지 않다. PC통신 대화방에 들어가보면 반말과 속어, 비어들이 난무한다. 심지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욕설, 비방, 폭언을 하는 '사이버 테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인터넷 게임에서도 한국인은 예절을 잘 지키지 않아 외국인들에게 기피대상 1호로 꼽힌다. '스타크래프트' 경우 아군과 적군을 넘나드는 스파이 행동을 하거나 상황이 불리하면 접속을 끊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또 인터넷 게임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Ⅱ' 한국 게이머들의 속임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보단 상대방을 꼭 이기려는 호전성 때문에 한국인들은 인터넷 게임에서 '왕따'로 전락하고 있다.
공중예절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려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자각과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가정에서의 예절교육은 시급하다. 요즘엔 자식을 적게 키워서인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자식의 기세우기에 급급한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 자식 귀여운 줄만 알았지 남을 배려하고 생각할 줄 아는 예절교육은 등한히하고 있다. '명심보감'에는 '자식이 이쁠수록 회초리를 들고, 미워하면 먹을 것을 주라'고 나와 있다. 이제 부모들은 자기 아이만을 끼고돌아 아이 버릇을 그르치지 말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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