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청자 고정관념 파괴' 안방극장 확 달라졌네

TV가 달라지고 있다. 늘 보고 있다 보니 그게 그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러잖다. 하기야 세상 만사가 다 변하고, 심지어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까지 제시돼 있는 마당이기는 하다.

근래 들어 뚜렷해진 지상파TV들의 변화 중 하나는 시트콤의 확산(본지 10일자 보도). 드라마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면서, 동시에 그 둘다이기도 한 이 형태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선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제작비가 적게 들고 제작이 간편한데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번듯이 드러누워 봐도 될 만큼 가벼우면서도 재미 있으니, 시청자 선호도도 높은 편.

코미디 장르도 바뀌었다. 종전엔 연기 중심의 콩트 형태였으나, 지금은 짧은 단편의 '개그 콘서트' 형식이 지배적. 드라마들도 사정이 비슷해, 단발적인 상황들을 많이 설정하면서 어지간하면 코믹한 인물을 끼워 넣으려 한다.

뉴스에서 조차 변화는 시작됐다. 뉴스라면 응당 정치권 이야기나 경제.사회 관련의 아이템들로 채워지리라는 것이 시청자들의 고정 관념. 하지만 근래에는 아예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도배를 하는 변종 뉴스가 등장했다. 이런 뉴스에선 정치.경제 이야기는 간단한 멘트로 처리돼 버리기 십상이다. 대신 일상 생활 속에서 재미 있거나 관심 끌만한 아이템이 대접 받는다.

정보를 재미와 뒤섞어 버무려 전달하는 '인포테인먼트'라는 것도 근래 자주 보게된 장르. 어려운 과학 이야기나 관련된 호기심 거리 등을 재미 있고 코믹하게 풀어가는 것이다. 김용옥 같은 유명 강사가 나서서 그 어렵다는 철학 이야기를 TV화면으로 플어내는 것이 성공을 거뒀으니, 이제 그런 쪽으로의 또다른 변화도 나타날지 모를 상황.

서구의 어느 학자는 일정량의 변화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변화의 시계를 만들어 제시했다고 한다.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 예를 들면 18세기 100년 동안 발생할 변화가 요즘은 단 몇년 아니 몇달만에 진행돼 버린다는 등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IMF사태 이후 변화의 시계가 갑자기 격동하기 시작했다. TV 역시 앞으로 몇년 내에 어떤 모양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쉽잖다. 쌍방향TV니, 인터넷형 프로그램 등등이 실험되기 시작했고, 디지털방송과 확장된 위성방송 시대까지 현실화되면 변화를 향한 자극은 더욱 많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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