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가 고 박전우 교수 1주기 유고시집 출간

지병인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건축가 박정우 전 계명문화대 교수의 1주기를 맞아 그가 남겨놓은 시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왔다.

시집 '내가 너 안에서 떠나려 할 때'(좋은날 미디어 펴냄)는 45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하고 이승과의 인연을 접은 한 건축가의 발자취이자 자화상이다. 그가 남긴 시편들은 생전에 좀 더 다듬어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타계로 유족과 지인들이 많은 작품중 70여편을 간추려 유고시집 형식으로 묶었다.

그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신이 처한 현실이 고통이 아니라 무언가를 절실하게 배울 수 있는 삶의 수업으로 여긴다. "소박한 내 한줌의 소망은/이날껏 아우성치며 얻으려 했던/그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오늘부터 값진 고독을 배워야 겠다/병들고 눈 먼 영혼들로부터/홀로 서는 자의 자리를 지켜야겠다"('고독 수업'의 일부)

그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사랑과 그리움, 안타까움, 좌절과 실망, 어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의 정서를 뼈저리게 갖게 되지만 구원의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그의 앞에는 순수라는 새로운 길이 틔어 있다. "내가 이토록 마음 아파하는 것은/그대가 했던 말 때문이 아닙니다/우리가 떠안고 있는 힘겨운 환경에/스스로들 노예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사람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지만/자기 아닌 타인에게서는 천연색이길 바라거나/아니면 무채색을 바라는지도 모를 일입니다"('순수의 의미'의 일부)

시인 권택명씨는 "군데군데 그가 제시해주고 있는 빼어난 시적 에스프리들과 진지하게 던져주는 삶의 진정성은 읽는 이들에게 작은 감동을 안겨 준다"고 해설에 적었다. 시집 후반에는 딸 혜진양을 비롯 연극인 박정자 장두이씨, 건축가 김무권씨 등 지인들의 시, 편지형식의 추모 글들이 나란히 실려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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