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동규 신경림, 소설가 송기숙 이청준씨 등 오랜 세월동안 쉬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문학의 뿌리를 내려온 60대 중진 문인들의 작품집이 나란히 나왔다.
황동규씨의 신작시집 '버클리풍의 사랑노래'(문학과 지성사)와 신경림씨의 산문집 '바람의 풍경'(문이당), 송기숙씨의 장편 '오월의 미소'(창작과 비평사), 이청준씨의 소설집 '목수의 집'(열림원) 등.
1997년부터 지난해말까지 3년간 쓴 시들을 한 권에 묶은 황씨의 이번 시집에는 홀로 있는 시간의 외로움을 견고한 서정성으로 빚어낸 시편들이 담겨 있다. 모두 3부로 구성해 풀어 놓은 각 시편에는 고단한 육체에 찾아든 예기치 않은 병과 이국 땅에서 보낸 교환교수 생활, 가족과의 이별 등으로 인해 바짝 말라 있는 감성이 번져 있다. 시인은 '퇴원날 저녁' '딸애를 보내고' '캘커타 가는 길'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산당화의 추억' 등 외로움의 정서가 짙게 묻어나는 각 시편마다 자기와 세상과의 교통을 '홀로움'(시인이 만든 조어로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를 의미)이라는 시어로 변환시켜 나즈막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번 시집에는 이런 고독함 속에서도 놓지 않는 마음의 온기가 느껴지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다.
신경림씨의 산문집 '바람의 풍경'은 지난 날 신산한 삶의 풍경을 담은 기록이다.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고백한 자전적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산문집으로 일제 시대와 해방공간에서 유신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격동의 세월속에서 고통받고 방랑했던 지난날을 세세히 더듬어 가고 있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온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시인의 끝없는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송기숙씨의 '오월의 미소'는 96년 '은내골 기행'이후 4년만에 펴낸 전작 장편소설. 광주항쟁의 현재적 의미를 조망하는 이 소설은 광주항쟁에 참여한 700여명의 사람들의 구술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가 그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작가는 광주항쟁에서 나타난 민중들의 투쟁정신을 소설속에서 형상화하는 한편 5.18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의 바로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청준씨의 '목수의 집'은 92년 '가해자의 얼굴'이후 발표한 중.단편 10편을 묶은 소설집. 북에 두고 온 형수의 젖품내를 가슴속 깊이 간직해온 어느 단역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오마니'를 비롯 타인의 운명에 대해 좀더 깊은 시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돌아온 풍금소리', 역병 때문에 세상을 떠날때까지 집을 떠나 있어야 했던 한많은 형의 이야기를 그린 '내가 네 사촌이냐' 등을 담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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