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 어느쪽에 與野 손익따지기

검찰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 움직임과 관련, 여야가 극한적인 대치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 등에서 내부적으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 의원의 출두거부가'법질서 파괴행위'라는 측면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대야 공격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사태초반 여권 주도설 등 야당 탄압용 쪽으로 부각된 여론을 의식, 전전긍긍했던 상황에서 역공전략으로 야당 측 공세의 기를 꺾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물론 득될 게 없는 공방인 만큼 파문 확산을 조기에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쪽에 공세의 초점을 맞춰온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6역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 정 의원의 검찰출두를 거듭 촉구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헌법상 입법기관인 정 의원은 법관이 사인한 영장을 거부하고 자진출두를 약속한 뒤 당사로 도주한 것은 스스로 입법기관이기를 포기했다"며 "공권력을 기만한 것을 사과하고 즉각 검찰에 출두하라"고 촉구했다.

야당 측의 요구로 15일 개회될 임시국회에 대해선 '정의원 방탄용'인 만큼 결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동여당인 자민련 측에서 국회참석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 때문인듯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이 총재를 최대 타깃으로 규정,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은"평생을 법관으로 봉직하고 입만 열면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총재의 당에서 법관이 서명한 영장이 휴지처럼 구겨졌다"며 이 총재를 겨냥했다.한나라당 역시 강공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기류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와 박순용 검찰총장 신광옥 청와대민정수석의 즉각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이번 사태는 여권의 자충수인 만큼 장기화될수록 탄압받는 야당상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등 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임시국회를 통해 검찰 체포시도의 부당성과 표적수사 의혹을 집중 거론하는 등 대여공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검찰수사가 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여권 개입의혹도 계속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열린 총재단 및 주요 당직자회의 등에서부터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차례나 법집행을 방해했다는 측면이 부각될 경우 비난여론에 몰릴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장외투쟁 일정 등 향후 당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프로그램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의결과는 신중했다.

이사철(李思哲)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면서 계속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으며 14일로 예정됐던 규탄대회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회의전에 농성중인 정 의원을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으나 이날로 잡았던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예 입을 열지 않아 이번 사건과 '거리'를 두려는 인상이 역력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총선용 야당 탄압 및 정권비리 폭로 막기 작전'으로 규정,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렸다.

결국 야당도 겉으론 강경일변도이지만 내부적으론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徐奉大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