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라면 어느 지역도 좋아요

개봉을 앞둔 한나라당 대구지역 공천작업의 와중에 '공중전'이 난무하고 있다. 하루는 이쪽에 거론되던 인사가 다음날은 저쪽으로 날아가고 또 다른 곳에서 거론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차 희망지역이 안되면 2차 가능지, 이도저도 안되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남아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실제로 모 인사의 경우 본인의 의사는 아니라지만 중구에서 수성구로 갔다가 또 남구에서 거론된다. 또 다른 인사는 중구에서 남구로 갔다가 다시 달서구와 북구에서도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한 모 인사는 "아무나 꽂으면 당선된다는 한나라당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어 큰 코 다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만과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등 지도부에서는 이같은 역작용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특정 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인사를 그저 공천만 줘 내려보내도 소위 한나라당 정서 때문에 반발은 금방 묻혀버리고 당선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여기에는 언제나 "다른 곳은 몰라도 대구는 어느 누구든 말뚝만 박으면 뿌리를 내린다"는 설명이 따라 다닌다. 대구지역 공천의 출발점은 여론조사 결과나 지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모두가 당 지도부로 하여금 판단을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1지망 지역에 대한 미련을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정 안된다면 굳이 특정 지역에 매달리지 않고 대구지역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 역시 대구가 한 권역으로 지역구별 특성보다는 대구 전체의 분위기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며 '지역정서'라는 막강한 배경이 자신들의 뒤를 떠받쳐 줄 것이라는 '믿는 구석'을 숨기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지도부가 총선에 대비, '상품(商品)'으로 영입한 인사들은 지도부의 수도권 출마권유에도 아랑곳 않고 거의 예외없이 대구로 몰려들고 있다. 굳이 연고가 없어도 대구 공천만 받으면 쉬운 선거전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때문에 지역구 수가 두 개나 줄어든 대구에서 11명의 공천자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나 공천을 희망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총선이라는 본선보다도 당 공천이라는 예선전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최대 관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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