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의 제왕 '수리 부엉이'어둠속 신비를 벗긴다

◈EBS 자연다큐 17일 방송EBS의 박수용PD는 자연 다큐 분야에선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전문가이다.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자연다큐를 제작하느라 수십, 수백일 동안 산과 숲에서 생활하다 보니 "산에서 부는 바람 소리만도 100가지 이상이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그런 박PD가 재작년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를 제작한 이후 2년만에 오는 목요일 오후8시에 '수리부엉이'를 선보인다.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324호 수리부엉이는, 일본을 제외한 연해주와 한국·만주 등 동북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 세계에서 가장 큰 부엉이 중 하나로, 앉은키가 80㎝, 날개를 쫙 펴면 160㎝가 넘는다.

박PD는 새로운 소재로 수리부엉이를 택한 이유에 대해 "자연을 하나씩 탐구해 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밤 먹이사슬의 맨 위에 위치한 수리부엉이의 생태를 탐구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의 부엉이골에 서식하는 5마리 수리부엉이 가족의 생태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계절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수리부엉이'를 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점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그 특성상 대부분의 촬영이 밤에 이뤄진 만큼 조명에 민감한 수리부엉이의 거부감을 어떻게 없애느냐는 것이었다고. 박PD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엉이가 잘 나타나는 장소에 특수한 장치의 조명을 설치해 놓고 변화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밝아지게 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해서 완전한 밝기의 조명으로 부엉이를 촬영하게 되기까지는 무려 한달이라는 기간이 걸려야 했다는 것. 수리부엉이가 인기척을 극도로 꺼리던 촬영 초반에는 조명 대신 적외선 카메라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화면에 푸르스름한 빛이 돈다. 대부분의 촬영이 밤에 이뤄짐으로써, 제작비 총 4천900만원 중 1천900만원이 조명비로만 사용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필름에서는 맹금류인 수리부엉이가 밤의 어둠을 이용해 토끼를 사냥하는 모습이라든지, 부엉이 어미와 새끼가 사고로 죽은 또다른 새끼를 잡아먹는 충격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또 부엉이는 낮에 자고 밤에만 활동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낮에도 활동하며 낮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추석 때도 집에 가지 못하고 촬영했다는 박PD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지금껏 인간들이 알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자연이 가진 신비를 탐구해가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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