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 있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墨畵), 김종삼-
매일 아침 나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얻게 되는 작은 기쁨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 경제신문에 실리는 시를 읽는 일이다. 원로 시인의 작은 해설을 곁들여 소개되는 그리 길지도 않은 시 한 편을 아침마다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보니 바쁠 땐 정작 뒤에 이어지는 딱딱한 경제기사는 읽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어도 2면 좌측 상단에 위치한 시 읽기를 포기하는 법은 없다.
위에 인용한 시 또한 작년 연말 어느쯤인가 소개된 작품인데 하도 인상깊어 보관해둔 것이다. 말 그대로 한 폭의 묵화와도 같은 이 시를 가장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 적막하다고'라는 마지막 대목으로, 삭막한 세상살이를 훈훈하게 덥히는 시라고 소개하는 시인의 짧은 해설이 오히려 더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국부(國富)도 잃어버리고, 직장도 잃어버리고, 보증이다 뭐다해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런 것들을 다시 찾고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낙관적으로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 정작 회복하기 어려운 것은 상실해 버린 인간성과 삶에 대한 여유가 아닐까.
환율이다, 금리다, 주식이다 하는 것들이 우리 삶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보니 오늘도 경제신문을 뒤적인다마는 오히려 한 쪽 모퉁이에 오도마니 앉아 있는 한 편의 시가 메마른 마음에 위안을 주고 있다. 권오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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