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 '20세기의 역사'

제국주의의 팽창과 식민지 지배, 두 차례의 세계대전, 혁명, 대공황, 냉전과 공산주의 붕괴, 홍콩의 중국반환,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등장에서 DNA복제, 우주탐사, 인터넷....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한 가운데 그 서막을 열었던 지난 20세기는 새 밀레니엄을 맞은 현시점에서 되돌아 볼때 좋은 세기였는가, 아니면 인류사에서 가장 살벌한 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인가? 우리 시대 석학들이 본 20세기의 자화상은 이런 질문에 좋은 해답을 제시해준다.

1998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20세기의 역사'(가지않은길 펴냄)는 각 분야의 대가들이 20세기의 주요 사건과 지역.대륙의 역사를 개설한 교양서다. 세계적인 석학 26명이 20세기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조망했다. 전쟁사가인 예일대 마이클 하워드 교수와 영국사가 하버드대 로저 루이스 교수가 대표 집필하고, 윌리엄 맥닐, 스티븐 와인버그, 조너선 스펜스, 아키라 이리에, 랠프 다렌도르프 등 쟁쟁한 석학들이 집필했다. 번역은 서강대 차하순 명예교수 등 원로.소장학자 20명이 참여해 책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석학들은 지난 100년동안 인류 역사에서 면면이 이어져 온 것은 무엇이며, 진보라고 부를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분석한다. 20세기를 지배했던 내셔널리즘은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였는가 등 내셔널리즘과 근대화, 세계화 문제를 화두로 들고 있다.

20세기의 구조, 유럽중심의 세계(1900~1945), 냉전(1945~1990), 비서구세계 등으로 나눠 살핀 이 책에서 필자들은 먼저 20세기 시작에서부터 일어난 전 세계적 변화과정의 원인과 징후를 살피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 과학지식의 성장, 예술과 문화, 전 지구적 경제발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인구증가와 도시화는 새 세기를 맞은 지구의 밑그림을 바꿔 놓았고, 지식이 확대됐으며 전지구적으로 문화가 성장했다.일례로 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20세기의 물리학은 위대한 환원주의"라고 말한다. 상대성 이론의 발전은 20세기 물리학에서 또 다른 위대한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의 결과는 유럽이 여전히 세계의 운명을 지배할 것이라는 서구인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었다. 39년에 발발한 유럽의 전쟁은 돌연 세계로 번져 나갔고, 이로 인해 유럽의 지배는 무너지고 낡은 세계질서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끝났다. 이 때문에 2차세계대전은 20세기의 중심축과 같은 사건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냉전의 시대였다. 초강대국간의 냉전 구도속에서 세계는 몸살을 앓았다. 이런 냉전 구도에 대해 런던대 로렌스 프리드먼 교수는 "근 40여년동안 국제정치의 틀을 제공했지만 아주 엉성한 틀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셔널리즘'은 이 책에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큰 주제다. 내셔널리즘이 계속적으로 의미를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석학들은 내셔널리즘은 형식이야 어떻든 살아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새로운 형식을 취하거나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살아 남아 새로운 충돌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석학들은 "20세기가 인류에게 가공할 큰 비극의 연속으로 점철되긴 했지만 인류는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발휘했다"고 입을 모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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