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초에 불거진 대전법조비리의 파문은 '심재륜항명파동' '평검사들의 대항명'-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 등으로 점철된 법조계에 휘몰아친 일대 태풍이었다. 이종기 변호사가 뿌린 떡값이나 전별금 또는 향응을 받은 현직 검사장급을 비롯한 수십명의 판·검사들이 거명되면서 징계회오리의 역풍이 일으킨 이른바 검란(檢亂) 파동은 우리 검찰사에 유례가 드문 사건이었다. 끝내는 항명의 진원지인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은 그에게 내려진 면직처분에 불복, 법원에 제소한 결과 '면직은 위법, 복직은 불가(不可)'라는 절묘한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때 그 판결은 법원이 검찰 지휘부가 취한 검찰징계 등의 일련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걸 처음으로 내린 판단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 파동의 주인공인 이종기 변호사에게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상급심이 남았지만 검란파동의 원천이 원인무효가 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면서 다소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판부의 무죄판결 취지는 구(舊)변호사법엔 사건수임과 관련해 소개비를 준 변호사에겐 처벌규정이 없는데다 직무와 관련한 사건을 소개한 검찰직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어 뇌물공여죄도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간략하면 소개비를 준 행위는 법규정이 없고 뇌물은 증거불충분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의정부지원은 소개비를 준 변호사는 아예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으로 이순호 변호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린바 있다. 같은 변호사의 소개비 수수행위에 대한 해석이 법원에 따라 다른 전형적 사례이다. 더욱 기가 찬건 개정 변호사법상엔 소개비를 준 변호사는 7년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결국 신법에 의하면 이종기 변호사는 유죄가 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이번 판결은 법리가 어떻든 국민들의 법감정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더욱이 사건취급 검·경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에게 죄가 없다면 우리사회의 상식은 어떻게 되는지 정말 헷갈리게 한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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