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황재성(사회1부)

"집단행동에 대해 환자들이 손가락질하고 집단 휴진에 대해 정부가 강경 대응할지라도 이번에는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며 대구·경북지역 의사와 그 가족, 의대생 등 4천여명은 17일 오전 출정(出征)하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잘못된 의료제도 바로잡기 전국 의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제히 병·의원 문을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의약분업 시행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이 개정된 이후 가졌던 집회에 이은 두번째 집단행동이다. 의사들은 겉으론 전문의약품의 비율을 높이라는 등 의약분업안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 보면 행동 목표가 '의료수가 인상'으로 모아지고 있다.

때문에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환자를 볼모로 한 잇속 챙기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는 의료수가 현실화를 주장하는 의사들에 대해 "의료의 질과 양이 외국 수준에 못미치는데 무슨 소리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많지만 의료계의 사정이 "생존권 투쟁"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어려워 졌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의 주장대로 오는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에 동네의원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된다면 그 타격은 의사는 물론 의료 수요자인 환자들에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국은 의료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 보건의료체계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의료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의료수가가 낮아 양질의 진료가 안된다면 의료수가를 올려서라도 환자들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제반 여건을 고려, 무슨 명목으로 얼마만큼 올리며 인상 후 진료의 질을 얼마만큼 향상시킬지를 두고 토론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범국민적 합의에 의해 의사와 의료 수혜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안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IMF로 인해 살림이 극도로 궁핍해진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은 안된다. 불요불급한 정부 예산을 보험재정으로 전환하는 등 국민의 입장을 생각하는 당국의 지혜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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