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찬석 논설위원

교육부가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를 올해안에 폐지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장직선제야말로 대학 학사운영의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표자를 뽑는 것인 만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민주적 절차'라는 측면에서 출발 당시부터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았었다. 그런만큼 교육부가 88년에 이 제도를 첫 시행한 이래 불과 12년만에 폐지키로 한 것은 우리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과연 최고 지식인의 집합체인 대학사회에서조차 민주 절차를 정착시킬 역량이 없는 그런 국민인가…. 실상 그동안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대학사회의 갈등과 불신은 경우에 따라서는 기성 정치권을 능가할 만큼 터무니 없었다. 선거를 둘러싸고 교수들이 출신 고교별로 또는 출신 지역별로 편을 나누어 사사건건 싸우나 하면 교수들중에는 1년내내 선거운동을 하느라 본연의 임무인 연구활동은 아예 손을 놓다시피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총장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교수들을 상대로 보직을 거래하는 통에 전국 각 대학의 보직교수 비율이 전체교수의 30%를 웃도는 기현상이 빚어졌고 어느 대학은 전체교수의 70%가 보직교수라는 웃지 못할 일이 총장직선제의 후유증으로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비해 총장 직선제를 지지하는 쪽은 어차피 총장 직선제의 폐해는 민주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인 만큼 민주적 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만큼 교육부가 이번에 내린 직선제 폐지 결단은 이들 반론자들의 "민주제도 정착을 위해 다소간의 희생은 불가피한 만큼 밀고나가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교육의 효율성쪽을 편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같다. 어쨌든 우리의 대학사회는 무절제한 권리 남용으로 스스로에게 주어진 자율의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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