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부모와 10대 자녀들이 '부모님 전기쓰기'를 통해 세대차를 극복하고 가족구성원을 서로 이해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고 있다. '부모님 전기쓰기'는 전교조 대구지부 국어과 교사모임이 주축이 되어서 도입하기 시작했고,불로중학교(담당 고효선 교사)등에서 시도를 한 적이 있으며, 올해는 안심여중(교장 윤문석) 에서 겨울방학 과제로 활용했다.
안심여중 여학생들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병약하거나 모양새는 다르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한 '부모님 전기쓰기'를 통해 부모님 삶의기쁨과 애환을 들으며 새삼스러운 정을 느꼈다.
안심여중은 '부모님 전기쓰기'를 시도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올해는 1학년들을 대상으로 '시낭송 테이프 제작' '만화나 드라마의 인물 분석하기' '대중가요 가사분석' 등의 과제와 함께 4개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했다.
'부모님 전기쓰기'에서 자녀들은 엄마-아빠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부모님에대해 갖고 있던 상식(?)에다 부모님이 쓴 일기를 몰래 훔쳐보고 더해서 쓰기도 했다.
또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소녀들은 할머니나 외할머니를 인터뷰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부모님이 겪었던 가슴아픈 사연이나 억울한 형편에 분노하거나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외할아버지가 왜 술만 잡수면 어머니를 그렇게 때렸는지 이해가 안된다.엄마는 동생들을 공부시키려고 중학교만 졸업하고 외할머니를 도와서 식당에서 일을 하며 돈도 벌었는데.... (중략) 가끔씩 허리가 아픈 엄마가 혼자서서럽게 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유방암에 걸린 외할머니는돌아가시면 몸과 장기를 기증하시겠다고 하신다. 그런 외할머니를 존경한다" 이 소녀는 레미콘 회사에 다니던 아빠가 일자리를 잃자 또다시 엄마가 김치공장에 일하러 나가게 된 처지에 마음을 쓴다.
정주현양은 결혼 후에도 재능을 살려서 음악을 연주하고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어머니(노원주씨) 얘기를 자랑스레 적었으며, 김덕경양은 '참 인간이되어라' '매사에 성실해라' 로 가르침을 주며 엄마 역할을 대신하는 할머니인생을 들으며 "늘 당당하고 강철같은 할머니도 늙음이 밀려오는 연약한 여자"라고 연민을 표현했다.
송연이양은 아버지(송재종씨.42) 전기에서 군에 있다가 제대한 후 취업이되지 않아서 심란함을 겪었던 결혼전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고, 이효정양은 항상 위해주는 아버지, 어머니 전기를 별도로 참하게 꾸몄다.
"딸의 숙제를 해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어요.특별난 인생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딸이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어요"
"엄마는 구식이라고 여기는 것 같던 딸이 40여년의 엄마 인생을 매우 신기하게 들었어요. 열흘동안 매일 한 두시간씩 딸과 대화하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제 인생을 설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도 다졌습니다" 짧지만 뜻하지 않게 '초판 유일본' 인생회고를 하게 된 부모들도 색다른경험을 반겼다.
"방학동안 평소에 하지 못했던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었어요. 한창 사춘기여서 예민할 때라 부모님과 흉허물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소중하구요, 전기를 쓰면서 나만의 창조적인 글쓰기 공부도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요"
안심여중 천경미교사는 "모든 자료를 인터넷에서 금방 다운 받을 수 있는정보화시대이지만 부모와 자녀가 짬을 내서 서로를 나눠야 완성할 수 있는부모님 전기쓰기를 통해서 인간과 내리사랑 치사랑을 경험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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