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국 21세기형 지능형 교통시스템 도입 준비

2020년 어느 날.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최 과장은 차를 몰고 서울 출장길에 나섰다. 도심을 빠져나온 차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차량 앞유리에 설치된 투명 스크린에 '자동항법장치 작동' 표시가 켜지자 최 과장은 핸들을 놓고 노트북을 꺼냈다. 본사 브리핑에 앞서 최종 자료를 정리 하기 위해서다. 3시간 남짓 시간이 흐르자 차내에선 벨소리가 울리고 스크린에 '톨게이트 접근 중'이란 글귀가 떴다. 잠시 후 톨게이트에 이른 차는 속도를 시속 60㎞ 이하로 줄인 채 그대로 통과했다.

통행료는 톨게이트에 설치된 센서가 통과 차량을 인식한 뒤 최 과장의 신용카드로 신청했다. 고속도로 출구가 가까워 오자 차는 한차례 경고음을 낸 뒤 '수동운전 전환 준비'를 알려왔다. 최 과장은 핸들을 잡고 음성 명령을 통해 서울 도심내 최종 목적지를 차량 컴퓨터에 통보했다. 잠시 후 컴퓨터는 투명 스크린에 최단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상세한 지도와 함께 표시해 주었다. 이미 컴퓨터는 교통중앙통제센터와의 교신을 통해 경로별 체증 여부를 파악해 둔 상태였다.

21세기는 차량과 도로가 대화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운전자는 잠을 자거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통해 평소 보고 싶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운전은 차가 스스로 하고 운전자는 인터넷에 접속, 정보를 찾거나 차 안에서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교통체증없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심에선 통행량이 많은 구간을 피해 최적 경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알려주며, 고속도로에선 아예 자동차가 도로 및 교통여건을 감안해 스스로 속도와 차선을 선택해 운전하게 된다. 시속 100㎞ 이상에서도 차량간 거리는 10m 정도에 불과하다. 10~15대 정도의 자동차가 컴퓨터 통제에 의해 열차처럼 서로 연결된 상태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해 차량간 거리가 좁아질 경우 컴퓨터는 즉각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물론 각 차량별 브레이크의 특성과 제동거리 등은 이미 차량내 컴퓨터에 입력돼 있다. 만에 하나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가벼운 접촉사고에 불과할 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는 거의 없다.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세계 각국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도입을 통해 이같은 미래형 교통을 준비하고 있다. ITS의 도입은 이미 선택사항이 아니다. 도로교통 혼잡으로 인한 국가 경제의 손실은 88년 7천600억원에서 94년 12조원, 98년 18조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국가예산의 20%를 넘는 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6대도시 도심지내 평균 주행속도는 20.9㎞에 불과하고 수치는 해마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80년 4만6천951㎞였던 도로 전체길이는 97년 8만4천986㎞로 80% 정도 증가했으나 52만8천대이던 자동차 보유대수가 약 20년새 1천41만3천대로 20배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 1대당 점유 가능한 도로길이는 90% 줄었다. 80년도에 대당 도로점유길이는 89m였으나 97년에는 8m대로 줄었다. 2001년까지 교통정체를 완전 해소하려면 약 100조원, 현재 교통상태를 유지하는 데만 약 50조원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책으로 급부상한 것이 ITS다. ITS의 개념은 한마디로 도로를 새로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므로 기존 도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즉 운전자에게 목적지까지의 최적경로와 정체지역을 비켜가는 우회도로를 알려주고, 교차로에서 각 방향 정체 정도를 파악한 뒤 신호주기를 자동 변경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차량 밀집을 분산시켜 병목현상을 최소화하고 도로이용률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차에 타서 목적지를 누르면 차량용 단말기는 교통정보센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조회해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한다. 혹시 차량용 단말기가 없다면 이동전화를 이용, 전화음성안내 서비스를 받아 쉽게 가거나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97년 9월 정보화 추진위원회를 통해 ITS 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2010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자해 총 3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ITS를 도입할 경우 도로 등 교통시설 건설비를 35% 정도, 교통사고율과 교통공해율을 각각 25%와 10%까지 줄이는 한편 자동차 통행속도를 22%까지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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