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자타가 공인하듯 정치개혁의 시발점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의 뜻을 받아들여 공천개혁을 하겠다던 여야의 약속은 신선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각당이 마련한 공천심사위의 활동에 기대를 걸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실망이 앞서고 있다. 아직 공천 결과가 발표된 상황이 아니어서 어떻다고 결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나 지금까지 흘러나온 각당의 공천과정을 보면 개혁은 말짱 헛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기야 여야가 모두 기를 쓰고 당선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마당이니만큼 개혁성 전문성을 내세울 여지가 없어진 마당이다. 무조건 당선이면 좋다는 식이 아닌가. 이래서는 어떻게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특히 민주당은 시민단체들의 발표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지 않은가. 당선위주로 나가다 보니 그렇게도 기대를 모았던 386세대마저 홀대를 받는 모양이다. 동시에 낙천이 예상되던 정치인도 되살아 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는 여전히 밀실, 정실, 윗분의 낙점공천이 성행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당공천 신청자중 한사람도 "여권의 실세들은 사실상 공천의 실력자들로써 공천심사위를 무력화 시키고 첨예한 지분 늘리기 경쟁에 혈안 돼 있다"고 비난 했다. 어느 신청자는 '낙하산 공천'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돌리기도 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정치개혁 의지는 의석확보라는 현실앞에서 무색해 버린 것이다. 만약 공천결과 마저 이렇게 된다면 여당은 국민을 가지고 논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 임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 이다. 뿌리깊은 계파로 인해 지분싸움이 드센 형편이기 때문이다. 공천기준에 의한 선정이 아니고 계파간 나눠먹기식이라면 이 또한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지역주민의 여론이나 정서도 아랑 곳 없이 자기파 끼워넣기를 한다면 이는 바로 유권자를 우롱하는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결과이기도 하다. 원내총무마저 "당이 공천과 관련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해 갈라먹기식 지분문제가 심각한 지경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는 것은 국민의 심판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엉터리 공천에 대해서는 엄정한 심판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시대적 요청이며 유권자들의 요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이번 만큼은 지역주의나 정실에 얽매이지 말고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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