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당의 공천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4·13 총선' 출마 희망자들간에 얽히고 설킨 기연(奇緣)과 갖가지 사연이 살벌한 선거판에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7전8기'를 꿈꾸는 만년 낙제생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진 동명이인의 한판 대결이 기대되는 곳도 있다.
광주 남구의 강도석(姜度錫·시인)씨. 각종 선거에서 7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강씨는 이번에도 무소속 출마를 결심,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일 태세다. 강씨는 13대 총선을 시작으로 광주시의원, 14·15대 총선 등에 출마, "선거있는 곳에 강씨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강원도 강릉 선거구도 흥미를 끄는 지역.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군여단장 출신의 김문기(金火文起)씨와 재력가인 자민련 김문기(金文起)씨의 동명이인 싸움이 예상돼 '별문기, 돈문기 일전(一戰)'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전시 대덕구는 출마 예상자 4명 모두 대전고 출신인 데다 이들 사무실이 한밭대로의 1㎞ 이내에 몰려 있다. 자민련 이인구(李麟求·31회),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41회)씨, 민주당 공천을 다투고 있는 정광작(鄭廣作·40회), 김창수(金昌洙·52회)씨는 "동문이라고 해서 물러설 수 없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울산 남구도 민주당 이규정(李圭正), 자민련 차수명(車秀明) 의원,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씨가 모두 울산 제일중 출신이다.
강원도 태백·정선의 한나라당 박우병(朴佑炳)의원과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류승규(柳昇珪)씨는 '탄광 노·사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삼척탄좌 사장, 류씨는 태백시 함태탄광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자민련 박구일(朴九溢)의원이 맞붙게 되는 대구 수성을은 ROTC출신 전직 4성장군과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3성장군 출신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으며, 대구 수성갑은 민주당 정호선(鄭鎬宣),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씨 등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대상자들이 동시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동권씨 집성촌인 경북 안동에는 민주당 권정달(權正達)의원과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이 여야를 대표해 출마하는데, 최근 의정활동보고서 배포를 둘러싸고 서로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갑은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에게 지난 15대 총선에서 이 의원의 선거대책본부장과 지구당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허재안 전 경기도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허씨는 "이 의원이 지역구를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진을의 경우 한나라당 김정수(金正秀) 의원은 자신의 지원을 업고 부산시의회 의장이 된 도종이(都鍾伊)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고양이인줄 알고 키웠더니 호랑이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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