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 총선 변수-5)군소정당

'포말정당이냐 대안정당이냐' 16대 총선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군소정당의 출현이라는 연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정당은 1인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정치에 물든 정치권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일단 신선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는 대안세력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군소정당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선거를 거치면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흔적없이 사라지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 것이다. 지역주의와 1인 보스정치의 입김에 너무나 익숙해진 유권자와 기존정당의 거센 역풍에 쓰러졌지만 주체들의 역량 부족도 한 몫을 했다. 15대 총선 때까지 대부분의 군소정당들이 권위주의 정권이나 3김씨 주도의 정당에 함몰되고 만 것이다. 그나마 규모를 갖췄던 통일국민당, 국민신당도 14대와 15대 대선을 거치면서 와해되거나 집권당에 합류하는 등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

기존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봉쇄조항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선거법 처리과정에서도 기존 여야 3당은 신생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획득을 방지하기 위해 봉쇄조항을 강화하려다 실패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에서도 여전히 전국 득표율 5%와 의석 3석 미만일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석를 받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유효하다.

이런 장애를 무릅쓰고서도 '희망의 한국신당','민주노동당','청렴정치연합'등 벌써 10여개 정당이 창당을 했거나 창당준비위 결성신고를 마쳤다.

'희망의 한국신당'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중앙당을 창당했다. 공동여당의 대선 공약인 내각제 파기에 반발해 자민련을 탈당한 김용환 의원과 허화평 전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중앙당 창당까지 전국 29개 지구당 창당작업을 완료한 한국신당은 원내교섭단체 결성이 목표다. 보수정당을 기치로 1인지배 정당 타파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략지역은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여야 3당이 소화하지 못하는 신진인사 영입에 성공할 경우 돌풍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충남 보령·서천에서 JP텃밭을 흔들어 놓을 생각이다.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 이후 JP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잠시 역풍이 불고는 있지만 인구수가 적은 서천출신 자민련 이긍규 총무와 대결하게 돼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허 전의원은 박태준 총리의 지역구인 포항북구에서 친 한나라당 정서에 애를 먹고 있지만 "포항에는 '허화평 정서'가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박 총리의 지원도 허 전의원에게는 원군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이익 대변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계의 전면적 정치참여 허용 후 민주노총 등이 참여해 노동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층이 일정부분 겹치는 현 집권 민주당에 다소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울산, 마산, 창원 등 공단밀집지역에서 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권영길 공동대표는 울산, 창원, 일산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또 울산에는 조승수, 이영순씨 등 현역 구청장과 송철호 변호사 등이 나선다. 최소 5석 이상이 목표다. 홍사덕 의원의 한나라당 행으로 좌절을 맛봤던 장기표씨는 청렴정치 국민연합을 결성했다. 지역정당 타파와 보스정치 청산을 외치고 있다. 지난 8일 발기인 대회에서 여익구 전 민불련의장과 임호 변호사, 손민 아주대 교수 등 33명이 창당발기인으로 선정됐다. 장씨는 15대 출마지역인 서울 동작갑과 종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으며 창당발기인 대부분이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진보당은 노동자 민중의 정당이 슬로건이다. 지난 1월 29일 중앙위 대회를 통해 서울지역 4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국 5개 지역위원회에서 이미 후보를 선출해 놓고 있다. 최혁 대표는 종로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사이버시대인 21세기 한국 정치혁명의 선두주자를 내세우는 인터넷한국당도 창당준비를 마치고 1월 중에 1차 조직책 모집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총선부터 노동계는 물론 재계, 그리고 각종 시민·사회단체에게 부분적이나마 선거운동이 허용된 것과 함께 가속화되는 사회의 다원화에 발맞추려는 군소 정당 내지 정당을 지향하는 정치결사의 출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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