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 다음 글은 어떤 부족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삶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시오.
옛날 아라비아에 트로글로다이트라고 하는 작은 부족이 있었다. 역사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 부족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더 가까웠던 이전 시대 트로글로다이트의 후손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말하는 이 부족은 그들의 선조들처럼 그렇게 이상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곰처럼 털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사악하고 잔인하여 자기들 사이에 어떤 공정성이나 정의의 원칙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외국 태생의 왕이 있었다. 왕은 부족의 타고난 사악함을 고치기 위하여 사람들을 엄하게 다스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음모를 꾸며서 왕을 죽이고 왕족들까지도 모두 없애버렸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통치 기구를 만들기 위해 모임을 가졌고, 많은 의견 다툼을 한 뒤에 행정관들을 뽑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행정관들을 부담스러워 하여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하여 새로 뽑힌 행정관들마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통제로부터 벗어나자 이 부족 국가는 타고난 사악함만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각기 어느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이해만을 돌볼 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만장일치의 결정은 부족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꼭 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 죽도록 일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 나는 나만을 생각할 것이다. 나만 행복하면 되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해도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때는 바야흐로 곡식을 수확해야 하는 계절이었다. 마른 산악 지대의 경작지가 있는가 하면, 수로(水路)가 잘 갖추어진 낮은 경작지도 있었다. 그 해는 몹시 가물어서 높은 지대의 농사는 완전히 실패한 반면 물 공급이 잘 된 낮은 땅은 큰 풍년이 들었다. 많은 수확을 거둔 사람들이 추수한 곡식을 나누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많은 산악 지대 거주자들이 굶어 죽었다. 다음 해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높은 지대의 땅은 이례적으로 비옥해졌고 낮은 지역은 홍수가 났다. 또 다시 인구의 반이 굶주림으로 아우성쳤지만 작년에 홀대를 받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굶주린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도적 위치에 있었던 한 시민에게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다. 그의 이웃이 그 부인을 사모한 나머지 그녀를 납치해 갔다. 두 사람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고 서로 모욕적 언사와 주먹다짐을 주고받은 뒤에, 두 사람은 이전의 공화국에서 영향력을 가졌던 어떤 사람의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그에게로 가서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이 여자가 누구에게 속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내게는 경작해야 할 땅이 있는데 당신네 싸움치레 하느라 내 일도 못하는 건 싫소. 나를 그냥 놓아두고 귀찮게 하지 마시오"라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밭으로 일하러 나갔다.
힘이 센 납치자는 죽어도 여자를 내주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부인을 빼앗긴 사람은 이웃의 불의와 심판관의 냉담함으로 인해 절망에 차서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그는 산에서 내려오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와 만나게 되었는데, 아내마저 잃은 처지에서 그는 그녀에게 끌렸고, 그녀가 아까 냉담했던 심판관의 부인임을 알고는 한층 더 마음이 끌렸다. 그는 그녀를 잡아채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는 동안 이 지역에 몹쓸 병이 창궐했다. 이웃 나라에서 유능한 의사가 와서 그에게 오는 모든 환자들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 병이 다 지나간 뒤에 의사는 환자들 집을 돌며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모두에게서 거절당했다. 의사는 오랜 여독에 지쳐 빈손으로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오래지 않아 같은 병이 전보다 더한 기세로 그지역을 휩쓸었다. 이번에는 트로글로다이트 부족 사람들이 직접 그에게로 와서 병을 고쳐 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의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돌아들 가시오. 당신들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당신들의 영혼 안에는 당신들이 치유받고자 하는 병보다 더한 독이 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아무런 인간성도 없고 공정한 규칙도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들을 벌하고 있는 신의 정당한 분노를 어기고 당신들을 치료한다면 나는 신을 거역하는 일을 하게 될것입니다"
―몽테스키외, '페르시아인의 편지'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