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경야독 '억순이' 24명 눈물의 마지막 졸업식

16일 구미공단 코오롱 부설 오운여자상업고교 졸업식장. 올해 19회. 이번이 마지막 졸업식이다. 꽃한송이를 안고 시골에서 달려온 어머니들이 역경을 이겨낸 대견한 딸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3년동안 오로지 작업현장 - 기숙사 - 학교수업만을 되풀이 해온 인고의 세월. 힘들때면 오직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견뎌낸 설움. 발산하는 젊음조차 억눌러가며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3월1일이면 22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문을 닫는 이 학교. 22년전 선배들이 첫 입학식을 가졌던 이 장소는 이제 영영 기억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졸업식 내내 서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던 24명의 졸업생들은 동료 이은미양이 3년동안의 고생한 나날들을 회상하며 "모처럼 고향에 가면 겨우 하루밤 자고가는 딸을 못내 아쉬워하며 언제나 우리들의 우산이 되어주신 부모님, 이젠 우리가 부모님의 우산이 되겠습니다"라며 울먹이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르며 22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순간, 졸업생과 선생님들, 학부모들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였다.

1회 졸업생이자 10여년간 후배들의 선생님이었던 배계화(구미중)교사는 "인생의 절반을 몸담았던 모교가 문을 닫게 돼 감회가 크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졸업생들은 각자 피땀으로 이룩한 3천여만원이 담긴 저축통장과 학창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오운 20년'을 가슴에 안고 새출발을 다짐했다.

구미· 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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