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총재 친정체제 구축을 요체로 하는 한나라당 공천결과에 따라 이 총재 및 계파간 힘겨루기 양상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천파문의 격랑에 휩싸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총재와 공천탈락 중진들의 '건곤일척'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고, 그 승패는 곧 3년앞으로 다가온 대선 때까지의 한나라당내 세력구도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예측은 우선 이번 공천에서 드러난 이 총재의 노림수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가 이기택(李基澤) 김윤환(金潤煥) 고문 등 핵심중진들을 정확히 겨냥한 '선별타격'을 가함으로써 '구시대 정치거물' 공천 배제라는 상징성을 핵심포인트로 잡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진 대학살'이라는 당내 평가에도 불구, 현역의원 교체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도 이 총재측 노림수의 중요한 부분이다이 총재는 먼저 그간 자신의 행보에 제약요인이 되어 온 계파수장들의 '고립화'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남권에서 일부 현역교체 및 자리이동이 있기는 했지만 일반 의원들의 경우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은 이들이 4월 총선까지는 선거준비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에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이는 공천에서 탈락한 김 고문 등이 실제 세규합에 나설 여지가 그다지 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총선후에는 야당이 최소한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이 총재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므로 기존 계파수장들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민주당 호남 물갈이폭이 당초 예상보다 적었던 것에 대한 여론비판으로 볼 때 '구시대 정치거물'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천배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 총재측의 한 인사는 "향후 야당내에 공천분란이 불거지더라도 이 총재가 '개혁 대 수구'의 대립으로 상황을 유도, 여론을 등에 업는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총선전에서뿐 아니라 당내 반발제압 과정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고문 등 심대한 타격을 입은 기존 계파중진들은 당분간 뾰족한 대응수단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설사 비례대표에 배정된다고 해도 이를 '감지덕지' 받아들일 처지도 아니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 길을 선택한다면 세규합에 전력투구할 형편이 못된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이들이 합종연횡 전략에 나서기에는 서로 색채가 다른데다, 총선까지의 시간적 촉박성으로 볼 때 실효성 등의 측면에서 그 성과 여부도 의문스럽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한나라당내 게파갈등은 한동안 정점을 향해 치닫다가 총선전이 본격화하는 단계에서는 잠복기로 들어가게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후 정계개편 등 정치권의 변화와 맞물려 계파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계파중진들의 의표를 찌른 이번 공천을 계기로 이미 칼자루는 이 총재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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