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중진 대학살'로 불리는 한나라당의 공천결과에 대해 영남권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낙천자들의 반발이 집단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강재섭 의원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측근들의 말을 빌리면 손발이 모두 잘린 이같은 '정치적 수모'를 참고 받아들여야 하느냐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마치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 이후 선택을 강요받던 강 의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당시 강 의원은 경선이 불공정했다며 박철언.박태준 의원 등 민정계들이 탈당하는 등 집단 반발하는 속에서도 "명분이 부족하다"며 민자당 잔류를 선언함으로써 큰 물줄기를 되돌리고 김영삼 후보 체제의 안정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맞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 등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의 선택 여하에 따라 지역의 공천 반발기류가 세를 얻느냐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가라앉느냐가 갈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북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공천돼 지원세력이 눈에 띠지 않는 마당에 김윤환 고문의 반발기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은 현실적으로 경북보다는 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대구 쪽에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강 의원은 몇몇 탈락 인사들로부터 동참을 요구받고 있다. 명색이 대구시지부장으로서 입장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18일 오후 박창달.이원형 위원장 등 대구지역 낙천자들과 회동했다. 저녁에는 김 고문의 집에서 이들을 포함한 김 고문 측 인사들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비록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깊은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18일 밤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주말과 휴일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각종 여론을 청취하고 심사숙고한 뒤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했다. 이번 공천 결과 당내에서 는 '외톨이'가 되다시피 한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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