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지역정당은 안된다

한나라당의 공천후유증이 심각하다. 탈락된 중진이 따로 모여 소위 제4의 신당을 추진하려고 하나하면 일부후보들은 당의 공천을 반납하는등 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당총재의 사당화(私黨化) 때문이다. 당의 중진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공천개혁 시도는 좋았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70%에 가까운 지지까지 받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당화라는 비판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다. 야당 지도부는 탈락후보에 대해서도 국민에 대해서도 사당화 시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여론조사결과 50% 이상이 그렇다고 말해 주고 있다. 개혁적 공천이라면서 저질로 소문난 사람을 공천하나 하면 별 하자가 없는 사람도 탈락시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제4신당의 창당은 명분이 약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명분이 약하다. 왜 공천탈락후 신당을 만들려고 하는가. 이념이나 노선보다는 선거용 창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여권의 탈락자까지 합친다니 모양새마저도 우습다.

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전국정당의 깃발을 내걸어도 TK당이니 PK당이니 하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약 낙천자들이 지역인심을 볼모로 지역당을 만들어 낙천의 한을 풀려고 한다면 이는 바로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 놓는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땐데 지역당을 만들어 지역정서에 호소하려고 하는가. "언제 3김인데 아직도 3김이냐"고 누가 말했나. 그 중진 역시 "언제 그 중진이었는데 아직도 그사람이냐"하는 비판의 소리가 많음을 깨닫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그 동안 중진들이 해온 소위 보스형 정치는 이제 그 생명을 다한 시점이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도 바로 이런 보스형 정치의 종식을 말하는 것이다. 중진이나 보스들은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님을 인식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종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지역민도 어리석지 않음을 이미 여론조사로 나타내 주지않았나.

잘못된 공천에 대해서는 반발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이다. 그러나 앞서의 지적처럼 지역당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다만 무소속출마등 어떤 수단을 선택하든 그것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에 속한 문제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권자의 판단에 맡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과거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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