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시형 칼럼-유성세대

IMF 이후 학교 문을 나온 젊은이들, 아직도 미취업상태로 방황하고 있다. 유성처럼 한때 반짝 했다가 사라져 간 세대다. 흘러간 자취도 없이 잊혀져간 세대. 아, 영영 이대로 유성처럼 흘러가 버릴 것인가. 이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다시 한번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들의 출발은 화려했다. 고도성장의 최정상기를 장식한 젊은이였다. 오천년 역사상 이런 행운아는 일찍기 없었다. 가정마다 미래의 주인공으로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997년말 불어닥친 경제 한파는 이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말았다. 취업 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98년의 최악이었다. 99년 겨우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취업은 여전히 좁은 문으로 닫혀있다.

매년 30만 여명이 사회초년생으로 등장한다. 3년간 적체가 되었으나 줄잡아 100만, 이중 얼마가 취업이 되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전공과 적성을 살려 올바로 취업된 경우는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임시직, 하향취업으로 인한 자존심의 손상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만든다. 자격증, 기술 습득, 군, 대학원…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도 줄잡아 수십만명이 미취업 상태로 방황하고 있다.

이번 우리 연구소에서 실시한 유성세대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누구와 상의할 수도 없는 소외감, 고독감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미안하다. 마치 죄나 지은 것처럼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무리를 해서 빚을 내서까지 공부시켜 주셨는데 제밥벌이도 못하니 이게 무슨 꼴인가.

눈치보기는 집에서 뿐만 아니다. 당장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갈래도 후배들과의 자리다툼에서 결정적으로 자존심이 상한다. 언제 취업이 될지 불확실한 미래를 기다리는 것만큼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여기까진 약과다. 이들이 정말 괴롭고 고민이 되는 건 영영 이대로 끝나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설령 경기가 좋아 취업의 기회가 생긴들 갓 나온 새내기를 두고 이미 '고물'이 된 나를 써줄 것인가. N세대의 본격적 등장으로 이미 흠집이 난 헌 사람을 써줄 턱이 없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이들의 걱정은 본격적인 공포감과 절망감으로 바뀐다. 거기다 이들은 성격적으로 나약한 세대다. X-세대니, 공주다, 왕자다 하고 자랐으니 좌절을 이겨낼 힘이 없다. 3D 업종이라도 좋다고 나설 용기도 없다.

인심 좋은 부모가 우선 밥은 먹여주니까 막연히 기다려보는게 할 일의 전부다.

몇명이 벤처를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도 있다. 최근의 벤처 열풍은 이들 잉여 세력의 도전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열중 아홉은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게 벤처다. 불안도 적지 않지만 막상 실패로 끝났을 때의 그 좌절감은 사회초년병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이들의 미취업은 개인에겐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수십조가 되리라는 계산이다.

이들 젊은 세대가 정말 유성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사회도 정책 당국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건 우리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그리고 다시는 제2, 제3의 유성세대가 나타나지 않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유성 세대에게 힘을! 그리고 다시 한번 빛을!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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