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이트레이더'란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덕산동 대신증권 사이버영업소.

2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정신없이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고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십개 종목의 주가를 한꺼번에 훑는가 하면, 노트북 컴퓨터까지 켜놓고 여러개의 시황 차트를 동시에 분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손에 휴대폰을 쥐고 전문가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다른 한손으로 마우스를 찍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이곳은 '데이트레이더(day-traider)'들의 총성없는 전쟁터. 데이트레이더는 개미군단중 단기매매 차익을 노리고 하루에도 몇차례씩 주식을 사고 파는 준전문가 그룹. 컴퓨터 조작과 주식이론에 능통한 30, 40대가 대부분으로, 사이버 주식시장에 등장한 신종직종(?)인 셈이다.

최근 지역에서 증권사들이 잇따라 개점한 사이버객장들은 이들의 새로운 활동무대. 전한욱(44) 대신증권 사이버영업소 지점장은 "하루에 4,5천만원 이상 데이트레이딩하는 투자자들만 이용하고 있다"면서 "사이버객장은 일반 가정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다 현장감각까지 느낄 수 있어 이용자가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 '기술자'로 통하는 실력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한 40대 투자자는 "2년전 실직한 후 밤낮으로 주식공부를 해왔지만 지금까지 투자액의 절반 정도를 잃었다"면서 "데이트레이더들이 매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지만 수익은 거의 남기지 못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 상당수 데이트레이더들은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갔으나, 최근들어 외국인과 기관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거세져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

LG증권 박도현(38)지점장은 "사이버거래 수수료가 싸다고 200만원으로 하루에 20여차례에 걸쳐 1억원어치 주식을 사고 파는 어처구니없는 투자자도 있다"면서도 "바른 투자습관을 가진 개인투자자 경우 몇천만원으로 매일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는 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도 예외없이 '수익은 적고 손실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애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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