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디지털 밸리'로 간다

디지털밸리는 기존의 공단 조성 및 유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지역발전안이다.

특정 지역을 공단으로 지정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 뒤 공장을 입주시키는 형식의 단지 조성이 아니다. 또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섬유, 기계,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쟁력이 없으니 이를 포기하고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하자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기존 지역 주도산업에 디지털을 접목시켜 21세기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의미다. 시간과 인력, 자본을 낭비하는 시행착오적 기술 개발과정 대신 시뮬레이션을 생산 현장에 투입, 최단 시간내 신기술 창출을 이룩하자는 것이 디지털밸리의 취지다. 또 기존 공단 입주업체의 기술 및 경영 고도화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지역 혁신안이기도 하다.

이같은 파급효과를 거두려면 LCD(액정화면), 반도체 장비, 정밀 로봇, 멀티미디어 컨텐츠 등 핵심 디지털산업의 지역 유치가 우선돼야 한다. 관련 연구소와 생산 공장이 유치되면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벤처 및 중소기업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고,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이 인근 공단의 생산현장으로 스며들 수 있게 된다.

디지털밸리 추진 준비팀이 밝힌 2010년대 대구.경북 디지털화 비전은 관련 기업 및 벤처 1만2천500개, 고용인원 25만명, 생산총액 70조원 규모다. 국내외 연구소 20여개를 유치, 고급두뇌인력 1만명의 고용효과를 거두는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고급인력의 고용효과 부분이다. 향후 배출될 인력의 수용은 물론 이미 빠져나간 우수 인력의 U-턴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지역에선 매년 1만3천여명에 이르는 정보통신 관련 인력이 배출되지만 대부분 타지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의 경우 졸업생 중 5%만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디지털밸리는 단순히 대구.경북 발전 계획이 아니라 범영남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대구의 섬유,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창원의 중공업, 울산의 자동차 등 영남권 공단은 근대화 30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생산 일변도로 성장해 온 이들 공단은 디지털 경제의 출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공단에 활기를 불어넣을 창출의 핵이 바로 디지털밸리다. 이같은 지역 혁신을 통해 영남권역은 광주의 광(光)산업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역은 물론 대전을 포함한 수도권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호 보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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