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의 사회환원이란 자본주의 사회가 썩지않게 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요구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깨끗한 방법으로 모은 청부(淸富)일 때 사회는 건강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사흘이 멀다않고 불거지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된 돈들이 쾨쾨한 창고속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소문이 나돌 지경이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여졌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 다만 세세생생 부귀영달을 빌기 위해 재산을 헌납했다는 소식만 왕왕 들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이같은 축재과정의 도덕성 결여와 함께 부의 환원이 경색된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줄을 잇고있는 자수성가 할머니들의 장학금기증행렬과 소장벤처사업가의 잇따른 장학금 쾌척이 우리사회에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정치가 시궁창을 헤매듯하고 지도층의 타락과 혼미가 사회를 중환자처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소중한 구원의 빛인 것이다. 어제 영남대에 2억원의 장학금을 내놓은 대구 대명시장 전청금 할머니의 보시행(布施行)은 단순히 선행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단칸방에서 구멍가게를 해가며 모은 돈을 그렇게 내놓았다는 것은 돈이 가지는 의미보다 우리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깨우침을 주는 것이다. 사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기위해 생명까지도 함께 나누는 뜻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같은 선행할머니의 행렬은 어찌보면 병고에 시달리는 손자에게 약손의 치유를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배와 이마를 쓰다듬던 그 할머니는 어쩌면 그렇게 신기하게 손자를 싱싱하게 만들었는지. 새 천년 벽두부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이 나라 이 사회에 전청금 할머니의 손길이 그같은 "약손"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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