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노사 갈등 중간에 선 장애인

장애인 노동자 노조 탈퇴를 둘러싼 상신브레이크 노.사 갈등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간담회가 21일 대구농아인협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그러나 간담회는 기대와 달리 진실을 더욱 미궁으로 빠뜨렸다. 노조 탈퇴 및 노조 잔류 장애인 사이에조차 사실 관계에 대한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노조 탈퇴 장애인들은 "지난해 12월21일 정모 직장이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시킨다'고 위협해 불안했지만 이날 저녁 당초 계획대로 노조 가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 모두 노조에 가입했다고 노조측에서 말했는데 나중에 두 사람이 가입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파업 때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노조비 부담 등에 대해 듣고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탈퇴를 결심하고 회사측에 탈퇴 방법에 대해 물었다"고 덧붙였다. 노조 탈퇴 장애인들은 탈퇴 과정에서 어떤 위협과 협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탈퇴의 자율성 여부를 두고 탈퇴 장애인과 잔류 장애인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모 직장의 말을 장애인들이 잘못 이해해 빚어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측은 "장애인들이 다 가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해 준 것을 장애인들이 "다 가입했다"고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노조 탈퇴 장애인들이 회사측의 회유로 간담회에서도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첨예한 대립을 벌인 노사는 '청각언어장애인의 특성상 비록 수화를 사용하더라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만큼 '오해'와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어쩌면 회사와 노조는 청각언어장애 노동자의 불완전한 의사소통 능력을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해 갈등과 대립의 골을 깊게 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노사간 극한 대결은 사법적 해결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과에 관계없이 노조 탈퇴 및 잔류 장애인 간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회사도 노조도 아닌 장애인 근로자들입니다"

간담회를 주최한 대구시농아인협회는 못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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