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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은 직위가 아닙니다'

"대통령 부인이란 게 직위가 아니잖아요?" 퍼스트 레이디가 됐으니 무척 바쁘겠다고 한 기자가 묻자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영부인이 한 말이다. 경북 성주 출생으로 한국통신 대구본부 홍보실장을 역임한 이응수씨의 칼럼집. 한때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시절,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란 말이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남편의 직위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아내들의 권력구조(?). 지은이는 이를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속물근성으로 지적. 이외 뇌물, 지역감정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불합리성을 특유의 예리한 필체로 비판하고 있다. (이응수 지음, 삼진기획 펴냄, 328쪽, 7천500원)

⊙'판타스틱 한국영화 근대성의 유령들'

대괴수 용가리, 우주괴인 왕마귀, 천년호, 살인마, 지옥화.... 1960년대 한국영화계를 풍미했던 판타스틱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저속한 장르로 오랫동안 변방에 있던 한국 판타스틱 영화를 새롭게 복원한 책. 지은이는 판타스틱 영화를 한국 근대성의 정체를 밝히는 실마리로 보고 있다. 70년대 개발독재가 축출한 전근대적 괴물인 귀신, 악녀를 즐겨 소재로 삼으면서 영화속 주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나름대로 근대성을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다. 김기덕, 권혁민 감독들의 SF 영화도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현대 한국사회에 SF 괴물을 끌어들임으로써 근대화의 불안을 폭로했으며 이런 구조는 '조용한 가족''퇴마록''여고괴담' 등 90년대 영화에서도 재연되고 있다고 주장. (김소영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 280쪽, 1만3천원)

⊙'삼국지 사전'

'삼국지'(원제 '삼국지연의')는 시대를 초월한 베스트셀러다. 방대한 분량으로 몇 번씩 읽더라도 등장인물의 계보를 꿰뚫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삼국지'의 주요 내용을 사전으로 엮었다. 중국의 심백준(沈伯俊), 담량소(譚良嘯) 공저인 '삼국연의사전'(三國演義辭典.1989년)의 한국어 번역본. '삼국지'에 등장하는 지명, 고사, 천문, 등장인물 등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했다. 총 3천360 항목. 본문의 말미에 정사(正史)를 근거로 한 해설을 달아 소설의 허구와 사실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삼국지'에 등장하는 무수한 고사성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소설과 관련된 현존 명승고적에 대한 답사도 이 한 권으로 충분히 여행할 수 있도록 상세히 해설했다.

(심백준, 담량소 지음, 정원기외 옮김, 범우사 펴냄, 791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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