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민련 野선언 배경·전망

자민련이 야당의 길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TK의원들의 반발이 주효했다. 박철언·이정무·박구일·김종학 의원 등 현역의원들이 21일 대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TK의원들은 이날 밤 대구시내 한 음식점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공동정권 출발당시의 약속은 모두 깨졌다"며 "공동정권 철수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 의원들은 성명서에 서명을 마친후 당 지도부에 직접 성명을 전달했다. 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영남권 원내외 위원장들의 서명운동을 통해 실력행사를 벌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결국 이한동 총재는 22일 중앙선대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제 당당하고 의연하게 야당의 길을 가자"고 선언했다.

민주당 내각제 강령배제 파동과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을 거치면서도 미지근한 입장을 보여온 자민련 지도부가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김종필 명예총재도 가세했다. 김 명예총재는 6·3빌딩에서 열린 중앙당 후원회에서 "정치적 신의가 존중되지 못하고 적과 동지가 야합하는 정치가 계속되는한 국민이 정치를 외면할 것"이라고 DJ의 신의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야당선언을 완전한 민주당과의 결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조부영 선대본부장이 이 총재 발언을 "야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 아직 당 내에 2여 공조복원을 희망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K의원들의 태도는 명확하다. 공동정권 철수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때 만약 당내에서 공조복원 움직임이 있을 경우 탈당 등 극한 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박철언 의원은 "선거가 끝난후 공동정권을 복원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고 이정무 의원도 "다음주중 JP로부터 명확한 답을 듣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자민련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지 않는한 선거승리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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