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자같은 여론조사'

선거판에 여론조사는 감초다. 공천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뒤틀리는것도 따지고보면 여론탓이다. 각 당마다 여론을 바탕으로 그 작업을 마무리 했다고 핑계삼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때마침 김 대통령의 집권2년까지 겹쳐 지금은 가히 여론의 계절. 토마스 만이 말했다. 여론을 위해서 싸울 기회를 갖지 않으면 여론은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그런데도 우리는 싸우기는 커녕 여론이 헛소문이거나 말거나 마치 민심이듯 요란을 떨고 있다는 점이다. 한비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위나라 태자와 대신 방공이 조나라 수도 한단에 인질로 떠나기 직전이다. 방공이 왕에게 어떤 사람이 큰 길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당연히 왕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두번째 사람이 달려와 똑 같은 보고를 하면? 역시 왕은 고개를 젓는다. 세번째 사람이 달려와 또 보고하면? 그럴때는 왕은 큰 길에 호랑이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세사람이나 보고하는데 믿지 않을 수 없다며 고개를 끄떡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헛소문도 여러번 말하면 왕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는 우화다. 여론의 무서운 측면을 말해주고 있다. 역사상 야심가나 음모꾼들이 신조처럼 여기는 것이 이같은 여론. 그러나 헛소문은 지혜로운 사람에 의해서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여론을 위한 싸움인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것은 홀딱 벗고 눈에 보이게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것들이 있다. 기가 찰 일이다. 잘했다 아니면 못했다로 확 구분지어 놓고는 여기에 모른다를 한구절 슬쩍 집어 넣어 마치 양쪽이 균형 맞는것처럼 뛰어나게 포장한다. 그래놓고는 정치안정과 지역갈등 경제발전 등에 마치 엄청난 기여를 한것처럼 묻기만 하면 된다. 이런게 우리가 눈여겨 살펴야 할 대목이다. 어떤 사람이 나물국을 끓이며 간이 맞나 한 국자 떠 맛을 보니 싱거웠다. 그래 소금을 한 줌 넣고는 그 국자의 간을 맛 보니 역시 싱거웠다. 다시 소금을 한 줌 넣어 손에 든 국자의 간을 보니 그 역시 싱겁지 않는가. 또 소금을 넣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며 입만 딱 벌리고 아무 생각없이 멍청히 하늘만 쳐다 보았다. 이런 국자같은 여론조사라면 간이 제대로 밸리가 없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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