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편으로 짚어낸 '인간'의 모습

흔히 '김삿갓'으로 불리는 시인 김병연의 풍자시집과 시인으로서의 연산군을 재조명한 평전, 서산대사의 삶과 사상을 시를 통해 짚어본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이 저술들은 이미 역사 속에 묻혀버린 조선시대 인물들의 흔적을 시라는 장르를 통해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풍자시인 김삿갓을 세상에 알리는데 평생을 바친 이응수(1909~64)가 정리한 '김삿갓 풍자시 전집'(실천문학사)과 극작가 신봉승씨의 '시인 연산군'(도서출판 선), 불교학자 김형중씨의 '시로 읽는 서산대사'(도서출판 밀알) 등.

지난 1956년 북한에서 출판된 '풍자시인 김삿갓'(평양 국립출판사)을 그대로 담아낸 '김삿갓 풍자시 전집'은 김병연의 시문학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 고찰한 연구서다. 김삿갓은 19세기 초.중엽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당시 양반들의 부패상과 죄악상, 비인도적 처사를 시로 풍자한 풍류객. 그는 인도주의와 평민 사상에 기초해 지배층에 대한 강한 반항 정신을 드러낸 시를 지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제하 많은 자료를 수집, 김삿갓을 일반에 처음 알린 저자 이응수는 이 책에서 그의 풍자시에 녹아 있는 인도주의 사상과 평민 사상, 풍자와 반항 정신, 유머 등을 짚어보는 한편 한시의 형식 파괴, 평이성, 김삿갓 시의 결함 등을 골고루 짚어내고 있다.

한편 조선조 최초의 폐위 임금인 연산군은 자신의 폭정에 따른 파국이 머지 않았음을 예견하고 이를 '바람 이는 강에/물결 타고 건너기 좋아 마오/배 뒤집혀 위급할 때/그 누가 구해 주리'라는 시로 남겼다.

폭군이 아닌 시인으로서의 연산군에 초점을 맞춘 '시인 연산군'은 연산군의 시적 감수성과 모후 폐비 윤씨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심이 그의 성품을 포악하게 만들었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연산군의 시 120여편이 실려 있는데 주변의 아첨하는 무리들과 종말을 향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인간적 고뇌 등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종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른 연산군이 어떤 과정으로 폭군으로 변해갔는지 연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짚어보고 있으며, 연산군 시 125편을 담았다.

'시로 읽는 서산대사'는 서산대사의 시집인 '청허당집'에 나오는 수많은 시를 쉽게 번역, 그의 생애와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서산대사는 선.교 양종을 통합해 조선 불교를 단일화한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사상적으로도 유불선 삼교합일사상을 설파한 고승. 이 책은 그의 명저인 '선가귀감' '청허당집' '선교석' '선교결' 등의 내용을 일반적인 용어로 명료하게 풀이해 서산대사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다. 또 그의 사상뿐 아니라 생애와 업적, 일화 등을 자세하게 소개, 한국불교의 위대한 성사(聖師)이자 사상가이며 시인이었던 그의 족적을 더듬어 보고 있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